얼마 전 한 친구가 한인마켓에서 장을 보고 온 뒤 불만을 쏟아 냈다. 모처럼만에 친구들과 모여 푸짐하게 음식을 사오겠다고 나선 후였다. 한인마켓 세 곳이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붙어있는 곳에서 한 마켓을 선택했다. 구입 금액의 2%를 적립해 준다는, 최근 만든 ‘포인트 카드’ 때문이었다. 술을 가득 담았고, 눈에 띄게 저렴한 세일 상품도 기분 좋게 집었다. 계산 후 쏠쏠히 쌓일 포인트를 기대했는데, ‘술과 세일 폭이 큰 상품은 포인트 적립 대상에서 제외 된다’ 는 말을 들었단다. 결국 기대만큼의 포인트는 커녕, 적립 금액도 실제로 마켓에서 쓴 금액의 절반 밖에 안됐다. 그 마켓에 괜히 갔다는 생각부터, 속은 것 같은 기분까지 들었다고 했다.
업종을 불문하고 포인트 적립을 기본으로 하는 ‘리워드 프로그램’은 인기 마케팅 전략 중 하나다. 쓸 때마다 차곡차곡 쌓이는 포인트는 소비의 또 다른 재미다. 티끌모아 유용하게 쓰는 소소한 즐거움은 덤이다. 기왕이면 ‘포인트가 쌓이는 쪽’을 택하는 이유다.
업소도 결코 손해 보는 쪽은 아니다. 지갑 속에 자리 잡아 언제나 사용할 준비가 되어있는 포인트 카드는 그 자체로도 홍보다. 때문에 포인트 제도를 도입하는 한인업소가 늘고 있고, 한인마켓도 3곳에서 포인트 카드를 발급하고 있다.
한 마켓은 1달러 당 1점씩 적립 해주고 1,000점이 모이면 10달러로, 또 다른 곳은 구입 금액의 2%씩 적립해 2,000점부터 20달러로 쓸 수 있다. 사용 방식은 다르지만 공통점은 ‘고객이 쓴 만큼’ 쌓아 준다는 것이었다.
적립에 제한을 둔 곳은 한 곳 뿐이었다. 해당 마켓에 전화해서 물었다. 술과 담배, 그리고 ‘마진 없는’ 세일 상품들이 적립에서 제외된다고 했다. 법으로 정해진 것이 아닌, 전적으로 소비자를 위한 서비스라 마켓의 재량에 따른 것”이며, “해당 사항은 충분히 고지돼 문제 될 것이 없다”는 답을 들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포인트 카드에 스페셜 세일 아이템은 무효(invalid)라고 영어로 써 있고, 술은 제외된다고 마켓에 사인도 붙어있다. 서비스의 하나일 뿐 어떤 것도 필수 사항은 없다. 포인트 제도가 아예 없는 것보다 나을 수도 있다.
하지만 받아들이는 소비자의 입장은 조금 다르다.
구입 금액에 따른 적립은 소비자가 마켓에 지불한 금액의 일정 부분을 혜택으로 돌려주는 방식이다. 실제 지출 금액만큼을 받는 것인데, 술과 세일 품목의 제외는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마켓이 내놓은 파격 세일 아이템도 결국은 고객 유인이 목적이다. 그런데 이 세일 상품을 사는 고객은 리워드 서비스에서 제한된다? 세일 상품을 사면 서비스를 받을 자격이 없다는 뜻 인 걸까.
분명한 것은 소비자 혜택을 위해 시작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마켓의 입맛에 맞춘 ‘반쪽짜리’ 혜택이 진정으로 소비자를 위한 것인지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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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혜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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