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각가 ‘솔 르윗’ 작품 응용 설치미술품 선보여
▶ 내달 퐁피두 센터서 신작 전시 등 왕성한 활동
양혜규 작가의 ‘솔 르윗 뒤집기-23배로 확장 후 셋으로 나뉜, 세 개의 탑이 있는 구조 물’(2015)
■ 아트 바젤 참가 양혜규 작가
"이제는 무조건 일을 벌이고 싶지 않아요. 그보다 긴 시간을 두고 무언가를 만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더 큰 것 같아요. '비커밍'(Becoming)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어떻게 보면 처음이기도 하고 과정이기도 하고 끝이기도 하죠. 전 그저 끊임없이 '비커밍' 하는 것 같아요"
'한국 작가' 혹은 '여성 작가'라는 진부한 타이틀에서 진작 탈피해 이름 석 자로 세계무대에 자리매김한 양혜규(45) 작가가 올해 세 번째 아트 바젤 '언리미티드'(Unlimited) 섹션에 참여작가로 이름을 올렸다. 2007년 '스테이트먼트'(Statements) 섹션까지 따지면 2009년, 20014년에 이어 올해 네 번째 아트바젤 참가이니 보통 인연은 아닌 셈이다.
2019년 3월 LA현대미술관에서 여는 대규모 개인전까지 아직 3년이나 남았음에도 그에 대한 기대가 남다를 건 그가 말했듯이 "작품 자체 혹은 작품이 설치되는 공간이 스스로 이야기하게끔 만드는 직업이 작가"이기 때문이다.
올해 아트바젤에 출품한 '솔 르윗 뒤집기-23배로 확장 후 셋으로 나뉜, 세 개의 탑이 있는 구조물'(2015)은 미국 출신 미니멀리즘 조각가 솔 르윗(1928~2007)의 '세 개의 탑이 있는 구조물'(1986)의 형태와 구성을 참조하면서도 동시에 그것을 뒤집고 확장시키는 형태로 원작에서 벗어난다.
하나만 잘못 건드려도 뒤엉키거나 무너져 버릴 것만 같은 연약한 소재의 블라인드는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한 데 모여 견고한 형태를 만들어 낸다. 투명성과 반투명성을 함께 지니는 블라인드를 통해 개방과 폐쇄, 안과 밖 사이의 긴장을 유지하는 양혜규의 작품은 퍼포먼스나 대형 설치작 등 소위 ‘기가 센’ 작품들로 채워진 언리미티드 섹션에서도 존재감을 여실히 드러냈다.
이번 아트바젤에서 이 작품은 관객의 눈높이까지 내려왔다. 때로는 관람객의 동선을 막으며 서 있는 것처럼 바닥까지 내려온 작품은 관람객이 더 풍부하게 공간감과 부피감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준다.
'작품을 아래로 설치한 특별한 이유가 있냐'는 물음에 작가는 "그저 해보고 싶은 것을 했을 뿐"이라 말했다. "작품의 맥락과 의미가 반드시 작가의 입을 통해 나와야 하는 건 아니다"라는 양혜규 작가의 답은 "누구도 길들일 수 없는 구역이 있다는 것을 증거하고 실천하는 것이 작가"라는 그의 생각과 상통했다.
"물론 누군가는 (작업에 대해) 성급하게 판단을 내릴 것이고, 그것을 제가 따질 수는 없어요. 다만 좋은 관람객이라면 ‘예측 불허’ 정도의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는 최근 자신의 활동을 돌이켜 "굶주린 사자처럼 숨막히게 달려왔다"고 표현했다. 아닌 게 아니라 아트바젤이 끝난 직후인 지난 22일부터 포르투갈에 위치한 세할베스 현대미술관에서 '불투명 바람이 부는 육각 공원' 개인전을 열고 있다. 또, 7월6일부터 두 달 동안 프랑스 파리 퐁피두센터에서 신작 '좀처럼 가시지 않는 누수'(2016)를 선보이는 전시회도 갖는다. 특히 퐁피두 개인전에서는 기존 순백색의 블라인드 설치작과 달리 초록빛 혹은 연 보라빛을 띤 200여 개의 블라인드로 구성된 작품을 세 개 층을 아우르는 높은 공간이 있는 중앙 홀에 설치할 계획이다.
독일 함부르크의 근현대미술관 쿤스트할레에서는 지난 4월부터 개인전 '의사-이교적 연쇄'를 1년 일정으로 열고 있다.
양혜규 작가는 오히려 "전시를 많이 하는 것에는 욕심이 없다"고 말한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비즈니스가 아니라 '예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라는 그는 전시 횟수나 아트페어 등을 통해 보여지는 단편적인 모습보다 "전시 과정에서 생성되는 문맥과 내용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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