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성도 닮는 모양이다. 고등학교에 다니던 시절, 학기말 고사가 끝나는 날이면 선친께서 을지로의 서래관이나 우래옥으로 데리고 가 당신께서 좋아하시는 냉면을 사 주시곤 했다. 그래서 냉면은 대를 이은 인기 음식이 되었다.
지금도 나는 북부 뉴저지에 가는 길이면 특별한 약속이 없는 한, 클리프사이드 팍의 주도로인 앤더슨 애비뉴에 있는 냉면 전문집에 들러 그 옛날 선친을, 학창시절을 생각하며 냉면을 먹곤 한다.
지난 19일에도 그 냉면집에서 냉면을 먹은 후, 다리 건너 먼 길을 가기 위해 차 한 잔을 사려고 길 건너 제과점에 들렀다. 주인인 듯한 오십대 초반은 됨직한 부인에게 계산을 하면서 말을 건넸다.
“터키 스토어 같다. 뉴욕에서 이스탄불 출신들이 비즈니스를 많이 하는 것 같은데 이스탄불에서 오셨느냐? 이스탄불은 오토만 제국이 1453년 5월29일 1,000년 고도 동로마 제국의 수도 콘스탄티노플을 함락시킨 후 명명한 도시이지요?”그러자 그 부인이 가게 안쪽에 앉아 있는 남편인 듯한 남자를 향해 ‘소리’를 쳤고, 남자는 100미터 육상선수처럼 달려와 나를 부여안고 마구 포옹을 해대지 않는가. 숨을 고른 후 그는 말했다.
“아무도 모르는 우리의 역사를 어떻게 그렇게 잘 아는냐! 할아버지가 한국전에 참전해 전사하셨다. 역사적으로 코리아와 터키는 형제국이다.”내가 제과점에 발을 디딘지 3분도 채 안된 사이 오고간 대화였고 폭발적인 감정 표출이었다. 거의 ‘본능적’이자 ‘순간적’이었다.
한국전쟁 참전16개국 중 그동안 내가 만났거나 만나고 있는 나라 사람들은 미국을 포함하여 그리스, 터키의 3개국 사람들이다. 여태까지 가족이 한국전에 참전했다고 말하는 후손들은 보았어도, 전사했다는 경우는 그날 처음 접했다. 얼마나 가슴이 아팠고 미안했는지 모른다.
우리는 비즈니스 카드를 교환하고 앞으로 자주 왕래하기로 하였다. 죽마고우를 만나도 이렇게 허물없지는 않을 것 같았다.
6월은 순국선열(殉國先烈)과 호국영령(護國英靈)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리는 호국보훈(護國報勳)의 달이다.
호국보훈이란 말의 뜻을 풀어보자. 호국(護國)이란 나라를 보호, 유지한다는 뜻이고, 보훈(報勳)이란 국가 유공자의 애국정신을 기리어 나라에서 유공자나 그 유족에게 훈공(勳功)에 대한 보답을 하는 일이다.
꽃다운 나이에 이름도 모르는 나라를 지키기 위해 참전했다가 산화한 병사들이 7만이 넘는다. 그들도 대한민국의 호국영령들이다.
그의 조부는 한국전 전시 3년 1개월 동안 참전한 터키 병사 1만4,936명 중 목숨을 잃은1,005명의 한 명이었던 것이다.
한국전 참전 유족이 된, 클리프사이드 팍의 제과점 주인 사바하틴 씨, 낯도 몰랐던 필자 얼굴을 비벼대는 그 심정을 얼마나 많은 한국인들이 이해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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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태격 뉴욕 민주평통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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