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태생이라도 태어날 당시 부모 중 한 명이 한국 국적일 경우 한인 2세에게 자동적으로 한국 국적이 부여되는 ‘선천적 복수국적’은 원정출산에 따른 병역기피를 막기 위해 태어난 기형적 제도다. 그동안 한인 2세들의 발목을 잡는 부작용에 대한 지적이 많았는데 결국 실제 피해들이 속출하고 있다.
사정은 이렇다. 미 해군 장교로 복무하고 있는 이 남성은 출생 당시 어머니는 미국 시민권자였지만 아버지가 영주권자여서 자동적으로 미국 국적과 한국 국적을 동시에 갖게 됐는데, 한국 국적을 이탈하려면 만 18세가 되는 해 3월말까지 신고를 해야 하는 사실 자체를 모르고 있다가 결국 한국 국적이 문제가 돼 군 보직에서 불이익을 받게 된 것이다.
이 남성의 부모는 자녀가 해군에 입대한 뒤 주위 사람들로부터 국적이탈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 접하고 도움을 받기 위해 관할지역 총영사관을 찾아갔는데, 당시 영사관 관계자는 규정대로 한국에 자녀의 출생신고를 해야 한다는 원칙을 설명했고 호적에 이름을 올린 자녀는 선천적 복수국적자로 분류돼 인사상 불이익을 당한 것이다.
피해 자녀의 아버지는 “한국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아들이 부모가 아이를 출생할 당시 한국 국적이라는 이유만으로 피해를 당하면 안 되는 거잖아요. 차세대 인재를 양성하니 재외동포들의 권익을 보호한다고 주장하는 한국 정부는 도대체 뭡니까?”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지난 몇 년간 미주 한인사회에서는 선천적 복수국적제도로 인해 미국 군대나 국가 보안과 관련된 업무 등 주요보직 인사 과정에서 한인 자녀들이 불이익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반드시 한국 국적법이 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도 한국 법무부, 병무청, 외교부 등 관계 기관에서는 한국 군입대자들과의 형평성 차원에서 관련 법안을 개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부터 일부 국회의원들이 선천적 복수국적 제도 자체를 폐기하는 것이 아닌, 일부 예외 조항을 만들자는 대안책을 제시하고 있다. 즉, 신고기간을 놓쳐 한국 국적을 이탈하지 못한 사람들을 별도로 관계부처에서 심사해 한국에서 영리활동을 제한하는 등 일부 조항을 설정한 뒤 한국 국적을 이탈할 수 있게 허가하는 예외규정을 설정하자는 것이다.
지난 주 LA를 방문한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전 원내대표도 간담회에서 20대 국회 출범과 함께 재외동포들이 느끼는 불편한 점들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며 그 첫 번째로 선천적 복수국적 피해자를 차단하기 위해 국적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거듭 강조했다.
그간 한국 국회에서 재외동포 권익을 위한 법안들은 말만 무성했지 실제로 속시원하게 처리된 것들은 드물었다. 이번에야말로 선천적 복수국적제도 피해자들을 구제하는 법이 신속하게 처리돼 법제도가 상식이 통하는 방향으로 개선될 수 있음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
김철수 사회부 차장>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