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감독의 '아가씨'가 올해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다. 칸 영화제 감독상을 두 번 수상한 그가 7년 만에 선보이는 한국영화 복귀작은 역시나 예술 영화팬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칸 영화제에 초청됐다고 모든 영화가 상업적 흥행으로 연결되진 않지만 박 감독의 '아가씨'(The Handmaiden)는 예술성과 상업성을 두루 갖춰 세계 영화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미 지난 2월 유럽 최대 규모의 영화시장 유러피안 필름 마켓에서 116개국에 선판매됐고 미국 배급권은 '아마존' 산하의 아마존 스튜디오가 구입했다.
'아가씨'를 미국 배급하는 아마존은 지난해 제작사이자 극장 판권 및 아마존 프라임 인스턴트 비디오 배급을 선언하며 할리웃 스튜디오를 표방하고 있다. 구글 역시 동영상 공유 서비스인 유투브를 통해 자체영화 제작과 상영을 하고 월 10달러의 '유투브 레드' 서비스로 기존의 스트리밍 서비스와의 경쟁을 선언했다. 이들보다 먼저 영화 스트리밍 서비스의 대명사인 '넷플릭스'가 '와호장룡'의 속편 제작을 발표하며 영화 산업에 뛰어들었다. 봉준호 감독의 '옥자'가 올해 한국에 진출한 넷플릭스가 전액 투자하는 영화다.
아마존, 넷플릭스, 유투브 등 스트리밍 서비스가 주 수입원인 영화사(?)는 극장 개봉을 우선하지 않는다. 영화 제작·배급 후 극장 체인의 영화 상영이라는 기존 틀에서 벗어나 자체 제작 후 극장 배급과 스트리밍 서비스가 동시 개봉되는 시스템이다.
스트리밍 서비스의 지배 구조는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가 하나로 묶인다는 점이다. 넷플릭스를 예로 들자. 미국을 본사로 한 세계 최대의 멤버십 동영상 서비스 '넷플릭스'는 전 세계 190개국에서 합법적으로 가동 중이다. 다시 말해 넷플릭스가 제작하는 영화는 중간 배급사가 필요 없다. 미국 극장가뿐 만 아니라 해외 극장가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다. 스트리밍으로 먼저 서비스하며 극장으로 가는 발길을 줄이거나 아예 동시 개봉으로 스트리밍에 경쟁력을 옮겨 놓는 것이다. 넷플릭스의 동시 개봉 시스템이 성공할수록 앞으로 제작되는 영화들 모두가 넷플릭스에 매달릴 게 뻔하다. 이미 시장은 스트리밍 중심으로 가고 있으니 말이다.
오늘날 사회는 돈은 있지만 시간이 없는 사람과 시간은 있지만 돈은 없는 사람 이렇게 둘로 나뉜다고 한다. 스트리밍 서비스가 각광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박찬욱 감독, 봉준호 감독의 영화는 극장에서 봐야 디테일과 스크린 속 메시지를 제대로 볼 수 있다. 특히 '미장센'(영화의 한 장면에 배치된 배우와 세트 디자인 같은 공간연출)의 대가인 박 감독의 작품은 특히 그렇다. 스트리밍이 위력을 떨치면서 극장 개봉관이 줄어들거나 아예 극장 개봉을 하지 않는다면 영화는 설 땅이 없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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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은선 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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