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오페라 ‘나비부인’ 2막에 등장한 샤플레스역의 바리톤 윤기훈(왼쪽)과 초초상역의 소프라노 안나 마리아 마티네즈.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Madame Butterfly)을 보면서 말로만 듣던 훌쩍거리는 관객을 만난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초초상을 열연한 푸에토리코 출신 소프라노 안나 마리아 마티네즈의 가냘픈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애절한 노래와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데도 무대 위에서 존재감을 느끼게 한 초초상의 아들 쿠엔카 테리의 비장함이 가슴을 적신 듯하다.
LA오페라가 4년 만에 다시 도로시 챈들러 파빌리언 무대에 올린 '나비부인'은 제임스 콘론이 지휘하는 오케스트라 음악이 무엇보다 압도적이다. LA오페라를 이끄는 플라시도 도밍고 총감독이 제임스 콘론을 음악감독으로 맞은 지 10년. 그의 지휘로 로버트 윌슨이 연출한 미니멀리즘 무대의 '나비부인'을 보았을 때는 배우들의 느린 동작 탓에 음악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생각했다. 그런데 역시 제임스 콘론이 지휘하는 오케스트라 음악은 그 자체가 주인공이어서 배우들의 연기를 보완하고 감정을 리드한다.
스테파노 세코가 연기한 핀커톤의 다소 밋밋한 노래는 샤플레스로 출연한 한인 바리톤 윤기훈씨의 커튼콜에서 엄청난 환호와 박수를 받은 풍부한 성량이 커버해준다. 특히 무대 위를 사뿐사뿐 뛰어다니며 노래하는 안나 마리아 마티네즈를 상대하는 2막 내내 오케스트라 음악 사이로 시원하게 뻗어나가는 듣기 좋은 목소리와 그 어느 남자 배우들보다 듬직한 풍채가 무게감을 실어준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1막에서 무대 위에서 뒷짐을 짓고 서있는 연기가 좀 뻣뻣하고 헤어스타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 정도.
LA오페라 '나비부인'은 23일과 26일, 31일 오후 7시30분과 4월3일 오후 2시 4회 공연이 남아있다. 티켓 구입은 www.LAOpera.org. 문의 (213)972-8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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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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