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서 부터 우리 집에는 항상 강아지가 있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도 아버지는 16살 강아지 똘비를 끝내 돌보셨다. 사실 중학교 때 맞이한 강아지의 죽음은 내게는 최초로 맞이하는 삶의 고통 중 하나였다. 너무 슬프고 보고 싶고 그냥 괴로웠다.
그런데 몇 주지나지도 않아 엄마가 어디서 강아지를 또 데려 오셨다. 새 강아지가 우리 집에 오던 날 나는 엄마에게 화를 내었다. “얘도 또 늙어 죽으면 슬프고 괴로운데 엄마는 안 슬퍼?” 하면서. 그때 엄마의 반응이 충격적이었다.
화를 내고 있는 내게 오히려 은은한 미소를 지으시며 “다른 이들에게 상처받은 개들을 한 마리라도 우리가 거두면 이 개들이 죽을 때 사람에 대한 상처를 잊고 좋은 기억만 간직하고 떠나게 되지 않니? 그러면 우리도 개들도 얼마나 기쁘고 행복하지 않겠니? 그리고 우리 집에서 살다 죽은 강아지들은 죽어서도 우리 집 정원에 묻혀 있으니 우리를 떠난 게 아니란다.” 라는 어머니의 말씀이 나의 마음속에 평생을 함께 하고 있다. 또 남동생이 어렸을 적에는 짓꿎여 강아지에게 물총을 쏘는 등 놀리기를 좋아했는데 그때마다 엄마는 남동생에게 “너는 왜 살아있는 생명을 괴롭히냐?”고 혼을 내셨던 것도 기억에 남는다. 지금 우리 남매는 불혹의 중년을 넘어선 나이, 남동생도 최근 셰파트 세 살짜리를 입양해 아주 잘 기르고 있다.
6살 박이 강아지 로미오를 한 집에 입양시키면서 개나 사람이나 인생역전 견생역전이 누구를 만나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배웠다. 로미오네는 행복한 집이었다. 그런데 몇 년 전 그 집 할머니가 치매에 걸리면서 모시고 있던 딸과 사위 관계까지 위기에 몰렸다. 치매에 걸린 노인이 로미오를 바닥에 던지는 등 이상한 행동하고 로미오는 이를 말리는 가장을 무는 등 전 가족이 일촉즉발의 위기 상태에 몰렸다.
결국 가족들이 로미오를 입양기관에 보내기로 결정을 했다. 그때 마침 지인의 가정이 사춘기에 접어든 고등학생 딸과 실랑이를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용기를 내어 이 부부에게 로미오를 입양하면 어떻겠냐고 타진을 했다. 강아지를 키워본 적이 없는 이 가정은 처음에는 입양이라는 사실 자체를 두려워했다. 우여곡절 끝에 로미오를 집에 데려갔는데 글쎄 며칠 되도 않아 옆집 미국인 노인을 공격해 물었다는 게 아닌가?
사실 로미오는 무슨 트라우마가 있는지 흰색 옷을 입은 남자만보면 공격하는 이상한 습성이 있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물려서 상처를 입은 이 백인 할아버지가 오히려 개가 새로운 집에 와서 적응 기간이 필요하고 전 주인으로부터 상처를 받았을 수가 있으니 더 사랑해주라고 오히려 격려를 하더란다. 그리고 사춘기를 심하게 앓고 있던 외동딸도 로미오 사랑에 훨씬 온화해지고 그런데 정작 큰 위기는 이집 남편이 한국 근무 발령을 받고 일어났다. 준다던 딸은 화를 내고 심통을 부리면서 절대 한국을 안가겠다고 억지를 부리는 것이 아닌가?
그때 로미오도 우리 가족이니 함께 한국으로 데려 간다하자 그렇게 반항하던 딸이 ‘내가 미국에서 태어나 10학년까지 미국에서 살았어요. 정말 한국에 가고 싶지 않지만 로미오가 같이 간다면 가겠어요”라며 순순히 응하는 것이 아닌가? 지금도 간간히 한국에서 로미오소식을 듣는다. 현재 너무도 늠름한 8살배기 굿 보이가 되어 한국 생활에 잘 적응을 하고 있다고 한다. 셰익스피어 연극 줄리엣을 만난 로미오처럼 이 가정과 이 강아지는 천생연분 인연인 것 같다.
사진- d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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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수(프랭클린 타운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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