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되면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결심을 하고 생활 습관을 바꾸고자 많은 노력을 하지만 통계에 따르면 새해결심을 한 사람들 100명 중에 97명이 그 목표를 이루지 못하고 포기해 버린다고 한다. 오래된 좋지 않은 습관을 고치고 좋은 버릇을 기른다는 게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요즘 내 아내를 보면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예전에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시청한 적이 있는데 만약 '아내가 달라졌어요'라는 프로가 생긴다면 출연을 고려해보고 싶을 정도이다.
아내는 원래 뭐든지 미루고 막판에 한꺼번에 몰아서 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항상 그때그때 일을 처리하고 정리를 잘하는 나와는 성향이 많이 달라 부부싸움도 참 많이 했다. 예를 들면 아내는 설거지를 한꺼번에 하는 게 편하다며 싱크대에 그릇을 쌓아 놓기가 일쑤였고 ,옷을 벗으면 옷걸이 대신 의자에 쌓아 놓는가 하면 이것도 모자라 집안이 폭풍을 한바탕 휩쓸고 간 듯한 후에야 비로소 하루 날을 잡아 청소를 했다. 그래서 평소에 정리정돈을 못한다고 핀잔을 주며 무섭게 화도 내 보았지만 아내의 그런 버릇은 좀처럼 고쳐지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은 싱크대 안에 컵 하나, 접시 하나가 없다. 항상 깔끔하게 정리된 집에 퇴근해서 들어 올 때면 기분이 상쾌해진다. 나를 놀라게 하는 건 이 뿐만이 아니다. 밤늦게 까지 안 자고 아침에 늦잠을 자던 올빼미 형 아내가 이제는 새벽에 일어나 하루를 시작한다. 평소에 몸을 움직이는 것을 무척 싫어해서 운동을 거의 안하던 사람이 이제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체조를 하며 몸을 단련시키고 있다.
처음에는 '작심삼일'이겠지 라며 별로 신경을 안 썼는데 이렇게 달라진 게 꽤 오래 지속되고 있다. 사람이 달라지기가 쉽지 않다는데 나와 가장 가까운 사이인 아내의 변한 모습을 지켜보며 그 비결이 궁금해졌다. 사실 아내가 조금씩 달라진 건 이미 수년 전부터인 것 같다. 어려서부터 꿈이 컸던 아내는 그 꿈을 이루고자 유학을 결심하고 미국에 왔었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가며 한 남자의 아내로 한 아이의 엄마로 살아가면서 자신의 꿈을 잃어 가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자신을 향한 인생의 목표도 희미해져 버리고 남편과 아이의 성공을 자신의 것으로 대체하고 자기 개발에 소홀하게 된 것이다. 그러던 아내가 자식이 대학을 진학하며 집을 떠나자 홀로 남겨진 자신의 자아를 찾으려고 몸부림 쳤다. 제 2의 멋진 인생을 살아 보겠다며 한동안 푹 빠졌던 한국 드라마까지 끊고 틈만 나면 동기 부여 강사들의 강연을 듣더니 자기개발 서적까지 섭렵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3년 전부터는 꿈 노트를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내 잔소리에는 아랑곳 하지 않던 아내가 다시 생긴 자신의 꿈 때문에는 변하고 있는 것 같다. 얼마 전에는 아내와 이야기를 한참 나눴던 어느 신사가 아내를 대학생 같다고 했다는데 이제 내일 모레면 오십 살이 되는 여인에게서 대학생의 풋풋함을 느낄 수 있었던 건 아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생활 습관을 바꾸는 게 절실하다며 자신의 성장을 위해 오늘도 치열하게 자신과의 싸움을 하고 있는 중년의 아내에게서 여자로서의 새로운 매력이 물씬 풍긴다. 젊어서는 예쁘장한 외모에 끌렸다면 이제는 강한 내면의 아름다움에 매료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다시 청춘을 살고 있는 아내 덕에 나도 나이가 들면서 잊고 살던 '꿈', ' 도전' 그리고 '희망'이라는 단어를 떠올려본다. 사랑하는 아내가 다시 찾은 꿈을 꼭 이루길 응원하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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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준 (커네티컷 주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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