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펀트만 끊임없이 주고받은 디펜스의 혈투, 팬서스의 창 부러뜨린 덴버의 방패‘완승’
▶ 수퍼보울 50 결산

브롱코스의 디마커스 웨어(왼쪽부터), 본 밀러, 페이튼 매닝이 승리 후 서로에게 축하를 보내고 있다.
수퍼보울 50은 덴버 브롱코스를 챔피언으로 등극시키고 막을 내렸다.
7일 샌타클라라 리바이스 스테디엄에서 벌어진 경기에서 리그 최강을 자랑하는 브롱코스 디펜스는 이번 시즌 리그 최다득점을 올린 캐롤라이나 팬서스의 막강 화력 오펜스를 단 10점으로 꽁꽁 묶었고 브롱코스는 24-10으로 승리, 구단 역사상 3번째로 빈스 롬바디 트로피를 치켜들었다.
NFL에서 가장 날카로운 창과 가장 철통같은 방패의 대결은 ‘방패’의 완승이었다. 이날 경기의 최고 스타는 단연 MVP로 선정된 브롱코스의 라인배커 본 밀러였다. 밀러는 이날 전광석화 같은 스피드와 태크닉, 파워를 골고루 선보이며 팬서스의 오펜시브 라인과 쿼터백 캠 뉴턴을 악몽으로 몰아넣었다.
밀러 외에도 디마커스 웨어, 말릭 잭슨, 데릭 울프 등 브롱스의 디펜시브 라인맨들은 밀물처럼 팬서스의 백필드를 쉬지 않고 넘나들었고 경기 전날인 6일 정규시즌 MVP로 선정됐던 ‘수퍼맨’ 뉴턴은 상대의 끊임없는 압박에 거의 숨 돌릴 여유조차 찾지 못하고 시종 도망 다니는 신세가 되며 결국 자신이 수퍼맨이 아님을 실감해야 했다.
사실 이날 수퍼보울 50은 덴버 팬들에겐 박진감 넘치는 최고의 경기였지만 그렇지 않은 대다수 팬들에겐 “지루하다”는 불만의 소리가 터져 나오게 만들었다. 많은 팬들은 폭발적인 오펜스가 격돌해 불꽃이 튀는 접전을 원하는데 이날은 양팀의 디펜스가 혈투를 펼친 경기였기 때문이다.
양팀의 디펜스가 워낙 압도적이었기에 오펜스는 필드에 나서 3번의 플레이만에 펀트를 하고 물러나는 일이 계속 반복됐다. 이날 양팀의 펀트 수 합계는 15개에 달했다.
실제로 브롱코스는 이날 서드다운을 성공시킨 횟수(1회)보다 턴오버 수(2)가 더 많았다. 13차례나 서드다운을 시도해 이중 딱 한 번만 퍼스트다운을 얻는데 성공했고 5번 이상의 플레이가 이어진 드라이브는 단 두 번뿐이었다.
첫 공격에서 10번의 플레이로 64야드를 전진한 끝에 34야드 필드골로 리드를 잡았으나 그 이후 나머지 모든 공격을 합쳐 전진한 거리는 130야드에 불과했고 펀트는 무려 8번이나 해야 했다. 보통의 경기라면 이런 성적으론 승리는 꿈도 꿀 수 없어야 한다. 그런데 이날 브롱코스는 이겼다. 그것도 14점차의 완승이었다. 그렇다면 상대인 팬서스 오펜스는 얼마나 더 처참했는지 짐작해 볼 수 있다.
브롱코스의 숨돌릴 틈 주지 않는 패스 러시에 뉴턴은 무려 7번이나 색(sack)을 당하며 2개의 펌블과 1개의 인터셉션을 범했다. 뉴턴은 패싱은 물론 러싱에서도 뛰어난 능력을 지닌 해프 러닝백으로 브롱코스의 패스러시를 떨쳐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뚜껑을 열고 보니 어림도 없었다.
그는 4쿼터 막판 아직도 터치다운 하나면 경기를 뒤집을 수 있는 상황에서 펌블을 한 뒤 볼을 되찾으려고 다이빙도 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 지탄을 받기도 했다. 브롱코스 선수들은 이미 수없이 두드려맞은 뉴턴이 볼을 잡기위해 다이빙할 경우 엄청나게 더 맞을 것이 두려워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경기의 하일라이트는 브롱코스의 쿼터백 페이튼 매닝이 명예의 전당 커리어를 수퍼보울 우승으로 마무리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날 솔직히 매닝의 퍼포먼스는 수퍼보울을 이긴 쿼터백이라고 자랑하기엔 부끄러운 것이었다.
그는 이날 23개의 패스 가운데 13개를 연결, 141야드 패싱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터치다운 패스는 없었고 인터셉션과 펌블로 턴오버만 2개 기록했다. 이날 브롱코스가 뽑아낸 24점 가운데 17점은 사실상 디펜스와 스페셜팀이 뽑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매닝의 오펜스가 실질적으로 얻어낸 점수는 필드골 2개가 전부였다.
매닝은 경기 직후 필드 인터뷰에서 “이 수퍼보울이 자신의 마지막 경기인가”라는 질문에 “오늘은 그런 생각하지 않고 즐긴 뒤 며칠간 차분히 생각하고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해 확답을 피했다.
NFL 역사상 가장 많은 패싱야드와 터치다운 기록을 갖고 있고 이날 승리로 통산 200번째 승리를 기록한 유일한 선수가 되는 위업을 달성한 매닝은 아직도 이 경기로 커리어를 마감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그래도 선뜻 결단을 내리기에는 아쉬움이 남았던 모양이다. 하지만 덴버의 디펜스는 그 어떤 아쉬움도 없는 완벽한 경기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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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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