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주 단색화 독보적 존재… 작년 활동재개 큰 주목
▶ 안 화백의 작품세계
안영일 화백이 라크마에 전시된 자신의 작품 앞에서 특별한 감회에 젖어 있다.
리셉션에 참석한 사람들이 ‘물’을 감상하고 있다.
1년 전 이맘때가 생각난다. 그때 화가 안영일 선생은 오랜 칩거와 투병생활에서 나와 처음으로 큰 전시를 열었다. LA 한국문화원에서의 초대전에 이어 롱비치 뮤지엄에서도 개인전이 열렸고, 사람들은 갑자기 안영일의 작품, 특히 ‘물’에 열광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전시 의뢰가 잇달았고 팜스프링스, 부산, 서울 키아프, LA 아트쇼 등 국제 아트페어에 연이어 초대되면서 주가가 계속 치솟았다. 때마침 한국과 세계 화단에 불고 있는 단색화 열풍도 안영일의 작품을 재평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이다.
안 화백과 아내 황영애 선생은 작년 1년 동안 매일 꿈같고 축제같은 시간을 보냈다고 고백한다. 어찌나 전시의뢰가 많은지, 작품은 얼마나 불티나듯 팔려나가는지, 다음번 전시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스튜디오가 텅텅 비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그러더니 작년 가을 LA 카운티 미술관(LACMA)이 그의 작품을 소장하는 ‘대 사건’이 일어났다. 안 화백을 세상에 내놓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백아트 수잔 백 관장의 열성이 열매를 맺은 것이다. 백 관장은 라크마 한국미술부의 스티븐 리틀 부장과 버지니아 문 큐레이터를 수없이 만나고 설명하고 롱비치 뮤지엄과 안영일 스튜디오로 초대하면서 작품의 독보적인 가치를 홍보했다.
그리고는 라크마에 작품구입 예산이 부족한 사실을 알게 되자 자신이 대작 ‘물’(Water SZLB15, 2015)을 구입하여 기증하기에 이른 것이다. 흰색을 바탕으로 밝은 하늘색 점들이 화면을 가득 채운 이 ‘물’은 안 화백이 지난 여름 완성한 최근작으로, 보는 사람을 무한한 순수와 무아의 세계로 초대하는 작품이다.
더 놀라운 것은 이 ‘물’의 소장과 전시에 이어 올 가을쯤 한국미술부가 안영일 개인전을 열고 주요 작품 약 8점을 전시할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안영일 화백은 이것이 그의 작가 생애에 일어난 최고의 기쁨이라고 말한다.
라크마로서는 현재 전세계가 환호하고 있는 단색화를 처음 소장하게 됐고, 아울러 첫 전시를 여는 셈인데, 이것이 특별한 의미를 가진 것은 한국의 단색화 작가 작품이 아니라, 미국에서 살고 있는 한국 작가가 캘리포니아에서 독창적으로 구축해온 단색화라는 점이다.
안영일 화백은 1966년 미국으로 건너와 생애의 대부분을 LA에서 살면서 80년대 초부터 샌타모니카 바다에서 얻은 영감으로 특유의 ‘물’ 시리즈를 계속해왔는데, 이 작품들은 미국에서 자생된 유일한 한국 단색화라는 점에서 특별한 평가와 주목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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