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를 제법 잘 하는 외국인들을 만나면 한국어 중에서 제일 먼저 포착한 단어 중의 하나가 ‘빨리빨리’라 해서 웃곤 한다. 구태여 빨리 상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은 무조건 모든 것이 빨라야 하는 강박관념이 있다는 관찰이다. 이런 ‘빨리’ 민족성(? )은 선교 활동에서도 보여 진다.
러시아 정부가 개신교의 정착을 허가 할 즈음 눈에 뛰는 경제적 성장을 한 한국은 선교사들을 활발히 외국에 보내기 시작했고, 러시아도 그 중의 하나였다. 정치적, 경제적으로 더욱 열악한 상황을 맞은 러시아인들은 예배 후 라면 등 간단한 식사를 제공하고 구제품 혹은 현금까지도 나누어 주는 교회이야기를 듣고 모이기 시작하였다.
짧은 시간에 많은 이들이 교회를 찾아 상당한 성장을 이룬 듯 보였으나 그들이 믿음이 있거나 생겨서이기 보담은 대가 없이 받는 혜택 때문이었고, 교회는 의례히 물품을 제공하는 곳이라 생각하며 어떤 경우는 공공연히 필요한 것을 요구해도 된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물자 지원이 부족하게 되고 한국선교사들이 떠나면 거의 모든 이들이 교회를 떠났다. 물질 속에 담겨진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해 줄 기회가 전혀 없었을까? 빨리빨리 나누어 주어 빨리빨리 많은 교인을 만들기에만 전념한 것은 아니었을까? 도움을 받는 이들이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배려하며 그들의 문화와 정서를 배워가는 상호적인 선교였다면 분명 열매를 맺었을 것이다.
러시아에서 부는 한류바람을 이용해 러시아인들과 고려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쳐 주며 함께 신앙생활을 하려는 미국에서 목회를 했던 한인 선교사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들과 친숙하게 되는 시간의 여유를 갖고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며 언어를 배워간다면 서로를 존중하는 깊이 있는 선교가 될 것이란 것이다. 역시 이중문화의 경험을 갖고 훈련된 선교사가 빠른 성장이 아니라 깊이 있는 관계를 맺어야 진정한 선교라는 점을 포착했구나 싶었다.
한국 드라마가 많은 나라에서 보여 지고, 젊은이들의 K-Pop 역시 거의 세계화 되었는데 러시아인들의 이에 대한 반응도 상당히 긍정적이다. 또한 가까운 한국으로 일자리를 찾아 간지는 이미 오래되었다. 한국어 뿐 아니라 세계의 언어인 영어를 배우고자 하는 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며 선교를 하는 것은 우리들의 2세들도 참여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도 해 본다.
지난 4년간 “여성과 아동과 청소년”을 위한 여선교회 회장직을 마치며 그들을 위해 조금은 변화를 일으키는데 동참할 수 있었음이 감사하다. 아프리카 케냐와 남아프리카 공화국, 러시아와 중국과 홍콩과 한국등지를 방문하여 다양한 문화 속에서 많은 것을 보고 듣고 깨달은 배움의 기회는 “되로 주고 말로 받는” 선교의 기회였다.
또한 이 칼럼을 통해 열린 컴퓨터 교실에서 함께 공부하며 불우한 가정의 청소년들을 위한 선교비용을 내어준 이들, 내 글을 읽고 복역수들의 아기를 위해 따뜻한 이불을 사랑으로 떠 준 동산교회 여선교인들과 후러싱 제일교회 여성의 동참은 보너스였다.
작은 불꽃 하나가 큰 불을 일으키듯 작은 이웃 사랑이 서서히 퍼져나가 이 세상에 작은 변화를 가져온다. ‘빨리빨리’가 아니라 내가 지금 이곳에서 할 수 있는 만큼씩 하는 많은 이들의 동참이 천천히 더욱 큰 불을 일으키기를 새해에도 기대해 본다.
<
김성실(연합감리교회 뉴욕연회 여선교회장)>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