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주끼 다루스만(오른쪽)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이 11월28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북한인권 상황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은 안드레 마이클 에손구 유엔인권고등판무관실(OHCHR) 홍보관. <사진=유엔>
책임규명 권고내용 한층 강화
새로운 ‘북한인권결의안’
12월 중 전체회의 표결
다루스만 북한인권 특별보고관
가해자 처벌 안보리 나설 것 촉구
<유엔본부=신용일 기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내달 뉴욕 유엔본부에서 반인도적 범죄에 해당되는 북한 인권침해 문제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시키는 방안을 포함해 북한 인권상황 개선을 위한 유엔총회 결의 권고사안들을 포괄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이는 제70차 유엔총회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안보리의 적극적인 개입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긴 새로운 ‘북한인권결의안’을 오는 12월 중 전체회의 표결에 부쳐 압도적으로 채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안보리 12월 순회의장국을 미국이 맡게 돼있고 주유엔 미국대표부(대사 사만타 파워)는 의장국 권한으로 관련 회의를 내달 안보리 활동 공식일정에 포함시키겠다는 입장을 이미 굳힌 것으로 전해졌다.
안보리는 지난 해 12월 제69차 유엔총회가 처음으로 안보리에 북한의 최고 지도자(김정은 국방위원장)를 포함해 반인도적 범죄자들의 책임을 물어 북한 인권상황을 ICC에 회부시키는 방안을 검토할 것을 권고한 내용이 담긴 ‘북한인권결의안’을 통과시킴에 따라 같은 달 ‘북한인권상황’을 안보리 공식의제로 채택한 뒤 곧바로 첫 회의를 열어 문제를 논의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올해 유엔총회 제3위원회(인권문제)에 북한인권 상황을 보고하기 위해 지난 달 뉴욕을 방문한 마르주끼 다루스만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은 뉴욕 유엔본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안보리가 오는 12월 다시 또 북한인권 회의를 개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 달 28일 유엔 특파원단을 상대로 실시한 ‘언론브리핑’에서 “본관은 북한의 최고위급 정책결정자들을 포함해 북한인권 침해 가해자들에게 책임을 신속하게 묻기 위해서는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가 권고하고 유엔총회가 결의한 대로 안보리가 북한인권 상황을 ICC에 회부해야 한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루스만 특별보고관에 따르면 북한에서는 ‘(출신)성분제도’에 따른 차별과 적법한 절차를 무시한 일방적 처형, 자의적 구금, 고문, 학대 등 국제법상 반인도적 범죄 성립의 법률적 기준을 충족시키는 인권침해가 제도적이고 광범위하게 자행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북한 당국은 체제 유지를 위해 주민들의 인권을 거의 모두 박탈하고 그들의 마음과 생각에 두려움을 심는 공포 정책을 펴고 있으며 그 정책의 핵심으로 정치범 수용소를 운영하고 있다.
또 외화를 벌어들이기 위해 주민들을 해외로 파견, 당국자의 엄격한 감시아래 강제노동에 해당되는 환경에서 일을 시켜 인권을 유린하고 있다.
다루스만 특별보고관은 이 같은 문제들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인권 상황에는 근본적인 변화가 없었다며 인권침해 가해자들에게 책임을 묻는 일이 시급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안보리가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루스만 특별보고관이 제기한 문제들은 유럽연합(EU)이 지난 달 30일 유엔총회 제3위원회에 제출한 새로운 북한인권결의안 초안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북한인권결의안이 유엔총회에 상정된 것은 지난 2005년 유럽연합과 일본이 공동작성해 제출한 첫 결의안 초안에 이어 이번이 11번째이다.
올해 결의안은 지난 해 처음으로 포함됐던 북한의 인권침해에 대한 책임 규명 권고 내용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결의안은 북한 당국자들이 반인도적 범죄에 해당되는 인권유린•침해 책임자들에 대한 처벌을 하지 않고 있음을 지적하고 국제사회가 서로 협력해 책임 규명 노력을 펼쳐 인권 범죄자들이 책임에서 벗어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함을 권고했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서는 안보리가 직접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의안은 구체적으로 안보리가 북한인권 상황을 ICC에 회부하는 방안, 북한의 반인도적 범죄에 가장 책임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는 가해자들을 겨냥한 효과적인 표적제재 실시 등을 검토해 북한의 인권침해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하고 북한인권 기록 등 북한 상황을 지속적으로 논의해 이 문제에 계속 적극적으로 개입하기를 기대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결의안은 또 북한에서 제도적이고 광범위하고 중대한 인권침해가 계속되고 있음을 규탄했으며 하지만 북한사회에는 그 같은 인권침해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는 문화가 만연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개처형과 강간, 고문, 자의적 구금, 3대로까지 이어지는 연좌제, 정치범수용소, 이동과 여행의 자유 제한, 강제 북송된 탈북자들에 대한 가혹한 처벌, 여성과 아동, 장애인 등 취약계층에 대한 인권유린, 성분 근거 차별, 강제실종과 납치, 강제노동, 열악한 인도적 상황 등 문제를 꼬집었다.
결의안은 따라서 북한 당국이 모든 인권과 근본적인 자유를 전면적으로 존중할 것을 촉구했다. 그리고 이를 위해 북한 당국에 모든 인권침해를 즉각 중단하고 COI와 유엔 인권이사회, 유엔총회의 권고사항들을 전면적으로 이행할 것과 특히 인권침해 책임자 처벌, 강제 북송 탈북자들에 대한 인도적 처우 등 조치를 취할 것을 주문했다.
또 북한 해외노동자들의 강제노동 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 당국에 국제노동기구(ILO) 가입과 관련 국제조약에 대한 비준을 검토할 것을 요구하고 이외에도 유엔 등 국제사회와의 대화와 교류에 나설 것과 남북 이산가족상봉의 규모를 확대하고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을 촉구했다.
결의안은 오는 5일 유엔총회 제3위원회에 공식 상정될 예정이며 채택 여부에 대한 찬반표결은 이달 셋째 주 실시될 예정이다.
결의안은 제3위원회를 통과하면 유엔총회로 보내져 내달 중순께 회원국 전체표결에 부쳐질 전망이다.
제69차 유엔총회 제3위원회는 지난 해 11월18일 북한인권결의안을 찬성 111, 반대 19. 기권 55표로 통과시켰고 총회는 그 결의안을 같은 해 12월18일 찬성 116, 반대 20, 기권 53표로 채택한 바 있다.
그 후 5일 뒤인 12월22일 안보리는 총회의 북한인권결의에 따라 ‘북한인권상황’을 공식의제로 채택했으며 같은 날 첫 회의를 가졌다.
따라서 올해 12월 예정된 안보리의 북한인권상황 회의 역시 북한인권결의안이 유엔총회에서 채택된 직후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단 특정 안건이 안보리에서 공식 논의되려면 총 15개 이사국 중 최소한 9개 이사국의 찬성이 있어야만 가능해 만일 논의 여부가 ‘행정 표결’(procedural vote)에 부쳐질 경우 현 안보리 구조상 미국이 필요한 찬성표 확보를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올해 1월1일 안보리에 진출한 5개 비상임이사국들 중 3개국이 지난 해 북한인권결의안에 반대, 또는 기권표를 행사한 국가들인 반면 한국을 비롯해 지난해 말 임기가 끝나 교체된 5개 비상임이사국들은 모두 찬성표를 행사한 국가들이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난 해 안보리가 북한인권상황을 공식의제로 채택하기 위해 실시한 투표 결과가 찬성 11, 반대 2, 기권 2표였다는 점이 이 같은 우려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에 대해 유엔 소식통은 2일 “미국이 이번기회에 안보리에서 북한인권 상황을 재조명할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미 오래전부터 준비해온 계획으로 현재로서는 회의를 여는데 절차상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yishi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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