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여성이 진출 못한 곳이 두 군데 있다. 백악관과 달러 지폐이다. 청와대와 5만원권에 여성이 진출한 한국에 비해 미국은 좀 늦었다.
미국의 지폐는 현재로서 여성금지 구역이다. 조지 워싱턴(1달러), 토마스 제퍼슨(2달러), 에이브람 링컨(5달러), 알렉산더 해밀턴(10달러), 앤드류 잭슨(20달러), 율리시스 그랜트(50달러), 벤자민 프랭클린(100달러) 등 지폐 위의 얼굴은 모두 남성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을 개의치 않는다. 지폐에 “누구 얼굴이 있든 많이만 있으면 좋겠다”는 식이다. 그런데 여기에 이의를 제기한 사람이 있다. 매서추세츠에 사는 소피아(9)라는 소녀이다.
3학년이던 지난여름 미국의 역사적 인물에 관한 과제를 발표할 때였다. 워싱턴, 링컨 등 남성을 택한 학생들은 거의 모두 포스터에 그 사람의 얼굴이 담긴 지폐나 동전 사진들을 붙였다. 여성 지도자를 선택한 소녀는 그럴 수가 없었다.
“어째서 지폐나 동전에 여자 얼굴은 없을까” 생각한 소녀는 대통령에게 편지를 썼다. “지폐나 동전에 여자 얼굴도 들어가야 된다고 생각한다” 며 10여명의 후보 명단을 제시했다.
그리고는 소녀는 잊어버렸는데, 오바마가 몇 달 후 한 연설에서 편지를 언급하며 ‘상당히 좋은 아이디어’라고 관심을 보였다. ‘좋은 아이디어’ 덕분에 소피아는 지난 2월 대통령의 답장을 받았고, 지난 6일 백악관에서 열린 부활절 계란 굴리기 대회에도 초대를 받았다.
오바마의 언급과 연관이 있는 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몇 달 전부터 미국에서는 ‘달러에 여성 얼굴’ 캠페인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20달러권에 여성을(Women on 20s, W20)’이라는 조직이 지폐에 올릴 여성 지도자를 선정 중이다.
특별히 20달러권을 지목한 데는 이유가 있다. 우선은 ‘20’이라는 숫자 때문이다. 오는 2020년이면 여성 참정권을 허용한 수정헌법 제19조 통과 100주년이 된다. 여권신장의 역사적 사건을 기념하면서 20달러권의 얼굴을 여성으로 바꾸면 상징성이 크리라는 관점이다.
아울러 20달러권의 ‘얼굴’인 앤드류 잭슨(7대 대통령)을 둘러싼 논란과 상관이 있다. 잭슨은 인디언들을 강제로 수천마일 밖으로 이주시킨 ‘1830년 인디언 제거법’을 주도한 대통령. 고향에서 쫓겨나 걸어서 이주하는 동안 수천명이 기아와 질병으로 사망해 ‘눈물의 길’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잭슨 대신 인디언 지도자의 얼굴을 넣자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W20의 선정과정은 15명 후보를 대상으로 한 예선과 최종 후보 4명을 대상으로 한 결선으로 진행된다. 지난 5일 마감된 5주간의 온라인 예선투표에는 25만6,000명이 참가, 일리노어 루즈벨트, 해리엇 터브먼, 로사 팍스가 결선에 올랐다. 여기에 인디언에 대한 존중의 표시로 최초의 여성 체로키 추장이었던 윌마 맨킬러가 포함된다.
지폐의 얼굴 교체는 사실 간단하다. 대통령이 재무장관에게 지시하면 되는 일이다. 결선 결과가 나오면 “이제 때가 되었다”며 오바마 대통령 설득에 나서겠다는 것이 W20의 계획이다. 이 역사적 프로젝트에 동참하고 싶다면 W20 웹사이트(www.womenon20s.org)에 들어가 한표를 행사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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