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의 원산지는 멕시코다. 한반도에 고추가 전래된 것은 임진왜란 전 포르투갈 인들이 일본으로 가져온 것이 흘러들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한민족이 지금처럼 빨간 김치를 먹기 시작한 것은 불과 400년 남짓인 셈이다.
유럽인들이 고추를 먹기 시작한 것도 비슷한 시점이다. 컬럼버스가 신대륙에서 가져온 고추는 원래 후추의 대용품으로 사용됐다. 당시 동남아 일대에서만 재배되던 후추는 귀족들의 기호품으로 그 값이 금값과 맞먹을 정도로 비쌌다. 후추처럼 자극적인 맛에 음식이 상하는 것을 막는 방부제 역할까지 하는 고추는 후추를 대신해 점차 서민들의 기호품으로 자리 잡게 됐다. 고추(red pepper)에 ‘후추’를 뜻하는 ‘pepper’가 들어 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그러나 오랫동안 고추는 서양인들 사이에서는 큰 인기가 없었고 원산지인 멕시코 등 중남미, 동남아, 한국 등지에서 각광을 받아왔다. 지금 고추의 최대 생산지이자 수출국은 인도다. 인도 역시 포르투갈 인들로부터 고추와 그 재배법을 전수받았다.
미국에서는 오랫동안 타바스코가 거의 유일한 핫 소스 노릇을 해왔다. 1868년 에드먼드 맥킬러니가 만든 타바스코 소스는 150년 동안 루이지애나 에이버리 섬에서 재배되는 고추에 식초를 섞은 독특한 비법으로 매운 소스의 대명사로 군림해왔다.
그러나 더 이상은 아니다. 태국의 작은 마을 시라차를 기원으로 하는 시라차(sriracha) 소스가 급속히 이 시장을 파고들고 있기 때문이다. 시라차 소스는 여러 종류가 있지만 LA 동쪽 어윈데일에 본부를 두고 있는 후이 퐁 사 제품이 지배자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베트남 난민 출신인 데이빗 트랜이 세운 이 회사는 수탉을 트레이드마크로 사용하고 있어 ‘수탉 소스’라고도 불린다.
베트남과 태국 요리에 주로 사용되던 이 소스는 이제 한국 음식은 물론이고 미 주류 시장까지 파고들고 있다. 하인즈가 이 소스가 가미된 케첩을 내놨고 프리토 레이도 이를 첨가한 칩을 선보이고 있으며 서브웨이, 잭 인 더 박스, 타코 벨 등이 이 소스를 사용한 메뉴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데이빗 트랜은 이 소스 이름을 상호 등록하지 않아 시라차 열풍에도 로열티는 받지 못하지만 자기가 개발한 소스가 미국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는데 만족하고 있다고 말한다. 미 주류 업체가 이 소스가 든 제품 선전을 하며 얻는 광고 효과만 해도 상당하다는 것이다.
고추에 들어 있는 캡사이신 성분은 혀에 닿으면 뇌는 이를 통증으로 받아들이며 이를 무마시키기 위해 엔도르핀을 분비한다. 매운 음식을 먹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그 때문이다. 지난 수년간 핫 소스 시장이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것은 오랜 불경기에 지친 미국인들이 자극적인 음식을 원하기 때문이란 분석도 있다. 후이 퐁의 시라차 매출은 지난 2년 사이 연 6,000만달러에서 8,000만달러로 늘어났다. 밋밋한 맛에 길들여진 미국인들도 매운 맛의 기쁨을 알기 시작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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