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국제영화제가 개최되고 있는 샌타바바라를 다녀왔다. 올해로 30주년을 맞은 샌타바바라 영화제(SBIFF)는 해마다 200편의 영화들이 상영되고 8만5,000명이 찾는 아담한 영화제다. 영화학도와 지역 시네필(영화광)이 주 관객층으로 아카데미 시상식에 근접해 열리는데 오스카 수상확률이 높은 스타들을 초청, 그들의 영화인생을 조명하는 ‘트리븃 나잇’이 유명하다.
올해 영화제의 헌사를 받는 배우는 남우주연상 수상이 점쳐지는 마이클 키튼(영화 ‘버드맨’), 에디 레드메인과 펠리시티 존스(사랑에 대한 모든 것), 후보에 오르지 못해 오히려 화제가 된 제니퍼 애니스톤(케익), 스티브 카렐(폭스캐처), 패트리샤 아켓과 이단 호크(보이 후드) 등이다.
오스카 시상식에서나 만날 법한 할리웃 스타들이 샌타바바라 영화제의 부름에 2시간을 마다않고 달려온다. ‘아메리칸 리비에라’로 알려진 천혜의 자연과 휴식 같은 도시가 이곳을 찾게 하지만 ‘트리븃 나잇’이 진행되는 역사적 명소 알링턴 극장을 꽉 채우는 2,200명 관객들의 열기를 접해본 할리웃 스타들은 영화제의 러브콜을 거절할 이유가 없다.
샌타바바라 영화제를 찾는 개인적인 이유는 아카데미상 외국어 영화상 후보작들을 운치 있는 극장에 앉아 관람할 수 있어서다. 미국 최대의 영화상인 오스카 시즌이 시작되면 할리웃 인근에서 개최되는 영화제마다 외국어 영화상 후보작들이 오스카 캠페인을 펼치는데 샌타바바라 영화제가 막차인 셈이다.
올해도 1873년 건축되고 1924년 재건된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오래된 극장이라는 로베로 디어터에서 러시아 출품작 ‘리바이어던’(Leviathan)을 봤다. 바렌츠해에 지어진 아름다운 고 저택에 사는 평범한 가장이 정교도 성당 건축을 위해 집을 빼앗으려는 마을 시장과 사회 권력에 맞서 싸우는 영화로 골든 그로브 수상작이다.
샌타바바라 영화제가 30년을 이어온 데는 오스카 수상에 빛나는 영화 ‘사이드웨이즈’(2004)의 배경이 돼 유명세를 치른 와이너리도 한 몫을 한다. 영화제가 주관하는 리셉션이나 애프터파티, 심지어 인근 레스토랑에서까지 샌타바바라가 산지인 와인만 마셔야하는 강요가 따르지만 그 정도의 갑질은 이 도시의 자부심이다. 국제영화제 상영작의 사전검열 운운하는 부산의 시대착오적 갑질과는 차원이 다르다.
영화제가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수단임은 이미 고전이다. 칸 영화제, 선댄스 영화제가 이를 증명했다. 선댄스 창시자인 로버트 레드포드는 말한다. 예술은 기술과 창의력의 간극을 메울 수 있고 예술 교육이 창의력이 부족한 사회를 부양할 수 있다고. 천혜의 자연이 있는 그림 같은 도시 샌타바바라도 창의력을 쫓는데 영화의 도시 부산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 시대에 역행하는 영화제 간섭이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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