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들어온다, 못 들어온다’ 숱한 소문을 낳으며 화제를 모았던 H마트 한인타운점이 이달 23일 입점을 공식 발표했다. 지난해 8월 입점 계획을 밝힌 이후 1년 2개월만이다. 업계는 미 전역에만 42개 매장을 보유한 ‘마켓 공룡’ H마트의 한인타운 입성 소식으로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이미 힘겨운 경쟁을 벌이고 있는 타운 내 마켓 간의 불꽃 경쟁이 H마트의 등장으로 재점화 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사실 그간 H마트의 실제 입점을 둘러싸고 반신반의하는 시선이 많았다. 공사 지연, 그리고 업계의 회의적인 시각이 낳은 소문과 맞물려 일부에서는 ‘힘들 것’ 이라는 예상이 나오기도 했다. 마당몰 지하라는 위치 역시 부정적인 시각에 힘을 더했다. 최근 마당몰이 유동인구가 많이 몰리는 ‘핫 플레이스’로 떠올랐다 해도 H마트가 들어오기로 한 자리는 약 2년 전 까지 만해도 맥주 전문점이 영업하다 문을 닫은 곳. 마켓과는 쉽게 연결되지 않는 장소다. 인기 영화가 상영되는 날이면 주차를 하기도, 차를 갖고 빠져나가기도 ‘전쟁’ 수준인 곳에서 마켓 비즈니스는 역부족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이에 대해 H마트 측은 ‘전용 주차 입구 및 공간’ 카드를 내놨다. 샤핑몰 내 다른 소매업소들과 겹치지 않도록 80여대의 전용 주차 공간을 확보해뒀고 웨스턴 길에서 바로 들어올 수 있는 전용 입구에 관한 내용도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컨셉은 젊은 층을 타깃으로 매장 분위기와 구성 아이템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했다.
미국은 물론 캐나다, 영국까지 총 46개 지점을 갖춘 H마트 입장에서는 47번째 매장, 1만 스케어피트를 조금 넘기는 ‘미니마켓’ 수준의 한인타운점은 크게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마켓, 아니 ‘기업’의 생사를 결정짓는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뜻이다.
전미소매연맹(NRF)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H마트의 지난해 미국 내 매출 규모는 10억 5,000만달러, 전 세계 규모는 11억 4,000만달러다. 전년대비 23%의 성장률로 NRF가 꼽은 올해 100대 핫 소매업체에 13위에 이름이 오르기도 했다.
로컬 마켓업계가 긴장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이미 포화상태인 한인타운에 새 마켓이 문을 연다는 것과 더불어 자금력을 갖춘 ‘기업’을 상대해야 한다는 부담감이다. 이미 제 살을 깎아먹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출혈 경쟁을 보이고 있는 한인타운 마켓업계에서는 더욱 그렇다. 또 다시 무분별한 경쟁이 시작돼 문을 닫는 마켓이 생기면 벤더 등 제 3의 피해자가 생길 수도 있다는 우려다.
여기에 내년 봄, 가주마켓까지 3층짜리 샤핑몰과 함께, 24시간 영업이라는 추가 무기까지 들고 등장을 예고한 상황. 한인마켓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수 밖에 없게 됐다.
이제는 ‘어떻게’ 경쟁하느냐를 고민해야 한다. 누군가를 밟기 위한 것이 아닌, 동반 성장을 위한 ‘건강한’ 경쟁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차별화된 컨셉과 아이템으로 가격이 아닌 저마다의 색다른 매력으로 어필하는 것과 더불어 더 좋은 제품, 더 나은 서비스, 차별화된 전략을 갖추고 한인마켓 자체의 이미지 제고에 함께 노력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더 많은 타인종들을 한인마켓으로 불러들여야 한다. 정해진 파이를 나눠먹기 위해 싸우는 것이 아닌, 공존하며 함께 파이를 키워가는 노력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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