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은 LA 야구팬들에게 너무나도 잔인한 계절이다. LA 다저스와 에인절스가 5번 프리웨이를 오가며 벌이는 월드시리즈를 꿈꿨던 야구팬들은 약속이나 한 듯 두 팀이 플레이오프 1회전에서 탈락하자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당초 다저스와 에인절스는 디비전 챔피언이 가장 유력한 팀으로 꼽혔다. 도박사들이 꼽은 두 팀의 디비전 챔피언 확률은 2대1로 전체 플레이오프 진출 팀들 가운데 가장 높았다. 당연히 월드시리즈 승자가 될 확률 또한 나란히 5대1로 가장 높았다.
정규시즌 아메리칸 리그 최고 성적을 거뒀던 에인절스는 우려했던 대로 에이스의 부재를 극복하지 못하고 와일드카드 턱걸이로 올라온 캔자스시티 로열스에 3연패로 덜미를 잡혔다. 에인절스는 정규시즌에 부상을 당해 시즌을 접은 에이스 개럿 리처즈의 공백을 메우는데 실패했다. 단기시리즈인 플레이오프에서 에이스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다저스 역시 에이스의 부진이 조기 탈락의 원인이 됐다. 플레이오프가 시작되기 전 다저스의 가장 큰 우려는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의 포스트시즌 부진 징크스였다. 그런데 이런 우려가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또 다시 현실이 됐다. 커쇼의 포스트시즌 통산 성적은 1승4패에 방어율 5.12다. ‘지구 상 최고 투수’로 불리는 선수의 성적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다.
다저스와 에인절스의 탈락으로 허탈해진 LA 야구팬들로서는 더 이상 야구 볼 맛이 나지 않을 것도 같다. 그러나 굳이 관전 포인트를 찾아보자면 당초 포스트시즌 최약체로 지목됐던 로열스(도박사들이 꼽은 월드시리즈 우승 확률은 16대1이었다)의 돌풍을 주목해 보면 어떨까 싶다. 로열스는 한국의 열렬 팬 이성우씨 때문에 한인들 사이에서도 화제를 모았던 팀이기도 하다.
월드시리즈 제패 기대를 모았던 다저스와 에인절스의 조기 탈락과 와일드카드 팀들의 선전은 야구가 왜 흥미 있는 경기인지를 잘 설명해 준다. 야구의 묘미는 예측불가능성에 있다. 정규시즌 성적이 거의 그대로 플레이오프까지 연결되는 다른 종목들과 달리 야구에서는 하위 팀에 의한 업셋이 흔하다.
아무리 내신 성적이 좋아도 본고사를 망치면 아무 것도 아닌 게 된다. 결국 마지막에 웃는 사람이 승자인 것이다. 흔히들 야구를 인생에 비유하곤 하는데 ‘끝나기 전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라는 요기 베라의 경구 속에는 이런 야구와 인생의 지혜가 담겨있다.
야구에서는 가장 뛰어난 팀이 아닌, 가장 뜨거운 팀이 우승한다는 말이 있다. 지금까지 와일드카드 팀이 월드시리즈에 진출한 경우는 모두 10차례이며 이 가운데 5번 우승을 차지했다. 그래서 가을야구는 실력보다 운명이라고들 하는 것이다. 그러니 LA 팀들은 실력이 없어 탈락한 게 아니라 단지 ‘야구의 신’으로부터 선택을 받지 못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면 조금은 위로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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