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만원을 들여 굿을 했지만 원하는 바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날린’ 굿 값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
취업 문제로 고민하던 30대 초반의 여성 A씨는 2010년 초 용하다는 소문을 듣고 서울에서 점집을 하는 50대 무속인 B씨를 찾아갔다.
그때부터 A씨는 개인적인 어려움이 생길 때마다 종종 B씨를 찾아 고민을 털어놓으며 마음의 위안을 얻었다.
하지만 계속 지원하는 회사마다 불합격 통보를 받자 점차 불안감이 커졌고, 점집을 더 자주 찾아갔다.
급기야 작년 4월 10일 A씨는 회사 두 곳의 입사 시험을 앞두고 ‘재수(財數)굿’을 받기로 했다.
재수굿은 집안에 안 좋은 기운은 없애고 좋은 기운이 많이 들어오도록 여러 신령에게 비는 무속 행위다.
A씨에 따르면 당시 무속인 B씨는 "몸에 점점 살이 찌고 취직도 안 되는 것은 네 몸에 잡신이 붙어 있기 때문"이라며 "재수굿을 해서 잡신을 떠나보내고, 내가 모시는 ‘할머니 신(神)’을 통해 취직문도 열어 주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잡신이 네 몸을 휘감고 있어서 당장 굿을 하지 않으면 몸도 더 아프고 힘들어질 것"이라고 했다고 A씨는 주장했다.
이틀 뒤 북한산 국사당에서 굿이 열렸다. 굿 값은 570만원이었다. 무직인 A씨에게 적은 돈은 아니었지만 합격 대가로는 아깝지 않았다.
그러나 결과는 모두 불합격.
화가 난 A씨는 "굿 값을 돌려달라"며 B씨와 다투다 경찰에 고소했고,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은 사기 혐의로 B씨를 기소했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서울서부지법 형사4단독 송방아 판사는 무속인 B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고 10일 밝혔다.
송 판사는 "무속 행위는 반드시 어떤 목적의 달성보다 그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게 됨으로써 얻게 되는 마음의 위안이나 평정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목표가 달성되지 않은 경우라도 이를 두고 무당이 굿을 지내달라고 요청한 사람을 속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또 "굿을 요청하기 전부터 이미 두 사람 간 친분이 형성된 것으로 보이는 만큼 A씨가 B씨의 말을 듣고 의사가 좌우될 만한 상황이 아니었고, 굿 값이 일반적인 시장 가격과 비교해 과다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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