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다운타운에서 한인 봉제업주들이 가장 많이 몰려있는 곳이 바로 8가와 브로드웨이가 만나는 지점에 위치한 ‘브로드웨이 트레이드센터’다. 이곳에는 100여 곳에 달하는 봉제공장이 들어와 있어 그간 ‘한인 봉제업계의 메카’라고 불렸다.
최근 몇 달 사이에 이 빌딩 주인이 두 차례 바뀌었는데 그 과정에서 애꿎은 한인 업주들에게 불똥이 튀었다. 새로운 건물주가 건물 용도를 바꾸겠다면서 입주자 전원에게 한 달 이내에 전부 퇴거할 것을 명령했기 때문이다.
업주들은 ‘뜬금없이 이렇게 나가라고 이야기하면 우리는 어쩌냐’는 반응을 보였다.
정말 뜬금없었을까.
지난 4월 건물주가 바뀌면서 본보에서 이미 수차례나 해당 건물에 퇴거 명령이 떨어질 수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썼다. 업주들 입장에서야 긴가민가했을 것이다. 이때 주된 반응은 “설마 정말 내쫓겠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난 8월 새로운 업체가 건물을 다시 인수하면서 이 공간 용도를 변경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는 기사가 나간 이틀 뒤 테넌트들에게 퇴거 명령이 떨어졌다. 업주들 입장에서야 황당할 수 있었지만 주의를 기울였다면 충분히 미리 준비할 시간을 벌 수도 있었다.
지난 7월 LA다운타운 한인 의류업계의 뜨거운 감자였던 ‘러브 컬처’ 사태 역시 똑같다.
제2의 포에버21을 꿈꾸며 야심차게 출발한 러브 컬처는 지난 7월16일자로 파산신청을 했으나 업계에서는 이미 재작년부터 러브 컬처가 재정적으로 힘들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돌았다. 몇 업체는 이 소문을 듣고 재빠르게 움직여 러브 컬처와의 거래를 점점 줄여나갔으나 대부분 의류업체들은 설마 망하겠냐는 생각에 거래를 계속 이어나갔다.
결과는 대다수 업체들이 무담보 채권자로 분류돼 밀린 결제 금액을 한 푼도 받지 못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이민 1세들이 자리를 잡고 지금은 LA를 대표하는 명실상부한 의류업계 구축에는 성공했으나 그 실상을 들여다보면 아직까지도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는 곳들이 너무 많다. 월급을 많이 줘야한다는 이유로 제대로 된 회계·재무 담당자 한 명을 두지 않는 업체도 부지기수다.
한 관계자는 “월 매출 규모는 상당하지만 대다수 업체들의 경영 방식은 20년 전에 머물러있다”고 꼬집었다. 규모와 명성에 걸맞은 경영 방식이 필요하다.
최근 봉제 및 의류업계는 그간 1세들이 다져놓은 기틀을 2세들이 이어받고 있는 추세다. 이에 따라 참신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본격적으로 주류 시장에 진출하는 등의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또 실제로 그러고 있다.
부디 2세 경영을 통해 그간 ‘정보’에 둔감하게 반응하고 정확한 분석 없이 ‘설마’에 의존했던 주먹구구식 경영 방식에서 벗어나 분석과 전망을 통한 현대화·전문화된 경영기법이 하루속히 자리 잡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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