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난 것은 1903년 12월17일이다. 자전거 가게를 하던 윌버와 오빌 라이트 형제는 노스캐롤라이나 키티 호크에서 12초 동안 120 피트를 날았다. 그 후 11년 후 플로리다 탬파와 세인트 피터스버그를 연결하는 첫 민간 여객기가 등장했고 70년대 보잉 747을 비롯한 점보제트기가 등장하면서 항공 여행 대중화 시대를 열었다.
그러나 한 때 낭만 여행의 상징이던 비행기가 이제는 고생의 대명사로 바뀌고 있다. 지난 24일 유나이티드 항공을 타고 뉴저지 뉴웍에서 덴버로 가던 비행기 안에서 승객 사이에 다툼이 벌어져 비행기가 회항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앞자리에 앉아 있던 여성 승객이 비행기 이륙 후 등받이를 뒤로 젖히고 쉬려 했으나 작동되지 않았다. 뒷자리 남성 승객이 등받이를 젖히지 못하게 하는 ‘무릎 보호기’(knee defender)를 설치했기 때문이다. ‘무릎 보호기’ 판매는 합법이지만 대부분의 항공사는 사용을 허락하지 않고 있다. 유나이티드도 마찬가지다.
이 여성과 승무원은 이를 제거해 줄 것을 요구했으나 남성은 거부했다. 결국 이 둘 사이에 격한 언쟁이 벌어졌고 참다못한 여성은 물 컵에 든 물을 남성 얼굴에 뿌리기에 이르렀다. 기장은 시카고로 기수를 돌려 이들을 내려놓고 덴버로 떠났다. 이 두 사람은 사안이 경미하다는 이유로 형사처벌은 받지 않았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인터넷에서는 누가 옳으냐를 놓고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 여성이 물 컵을 던진 것은 물론 잘못이지만 뒤에 앉은 남성도 등받이를 젖히지 못하게 할 권리는 없다는 것이다. 반면 등받이 뒤의 공간은 뒤에 앉은 사람 것이라면서 앞자리 손님은 이를 요구할 권리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
이런 분쟁이 이번 한 번으로 끝날 것 같지는 않다. 승객 간 다툼의 근본 원인인 비행기 좌석이 끊임없이 작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단거리 항공 루트에 주로 이용되던 보잉 737은 이제 중장거리도 뛰고 있는데 원래 100석 규모로 제작된 것을 200석으로 만든 항공사도 많다. 거기다 지난 30년 사이 승객 중 과체중자 비율은 50%나 늘어났다. 자리는 좁고 비행시간은 긴데 옆에 뚱뚱한 사람마저 앉아 있다면 웬만큼 참을성 있는 사람도 성질이 나게 마련이다.
일반 승객 자리가 좁아지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일등석은 갈수록 호화로워지고 있다. 비즈니스 석은 침대처럼 평평하게 누워갈 수 있는 슬리퍼 시트가 일반화 되어 가고 있고 런던에서 카타르까지 가는 항공기 중에는 샤워실과 응접실, 바까지 달린 1등석도 있다. 요금은 2만달러.
이 와중에 일부 항공사는 손님을 조금이라도 더 태우겠다며 입석 손님 실을 만드는 것을 추진 중이다. 이렇게 하면 승객을 21% 더 태울 수 있고 요금은 44%까지 낮출 수 있다고 한다. 일반 승객이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부자 승객은 초호화판 여행을 하는 비행기 안 모습은 부의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는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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