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위상이 날로 높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많은 미국인들은 한국과 북한을 잘 구별하지 못한다. “어디서 왔느냐”는 질문에 “코리아”라고 답하면 “노스냐 사우스냐?”는 물음이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면 미국인들의 무지에 은근히 열불이 나기도 한다. 삼성, 현대 같은 한국의 대기업들을 들먹이며 남북의 엄청난 국력 차이를 설명하고 북한에서는 미국으로 이민 올 수 없다고 말해주면 그때서야 겸연쩍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동부지역 대학에서 연수를 한 적이 있는 한국의 한 언론인은 “일반 미국인들보다 훨씬 세계정세에 밝다는 연방의회 보좌관들 가운데 한국의 지도자를 제대로 알고 있는 비율은 20% 정도에 불과하다”며 “한 미국 정치인이 ‘미국에게 한국의 비중은 일본의 10분의1 정도’라고 냉정하게 평가하는 것을 듣고 놀란 적이 있다”고 밝혔다.
대기업들의 브랜드 이미지 상승과 싸이 같은 대중 연예인들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인지도는 우리의 기대치에 아직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부정적인 내용이기는 하지만 최근 몇 년 간 북한에 관한 보도들이 넘쳐나면서 한국보다는 북한이라는 단어가 일반 미국인들의 뇌리에 더 깊숙이 각인돼 있는 것이 현실이다.
얼마 전 IBM등 68개 미국기업들이 경제제재 대상인 북한의 조선중앙은행과 거래한 것으로 드러났다는 보도가 나왔다. 기업들이 북한산 금을 자사 제품을 만드는 데 사용해 왔다는 것이다. 이런 사실은 금융개혁법에 따라 기업들이 거래 상대자에 대한 정보를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하면서 밝혀졌다.
하지만 미국기업들이 북한산 금을 사용한 것은 실수에서 비롯된 것으로 밝혀졌다. 분쟁광물과 관련해 세계적인 허브역할을 해 온 한 단체가 작성한 자료에 북한 조선중앙은행의 소재지가 한국으로 표기된 데서 일어난 일이었다. 조선중앙은행이 한국의 금융기관인지 북한 은행인지 제대로 구분하지 못한 민간단체의 오류와 무지가 초래한 해프닝이었던 셈이다.
이 보도를 접하면서 고개를 드는 것은 오는 2018년 개최되는 평창 올림픽을 혹여 북한에서 개최되는 올림픽으로 오해하는 외국인들이 있지 않을까 라는 우려이다. 특히 강원도 평창과 북한 평양의 발음이 비슷해 더욱 그렇다.
평창이 올림픽 개최지로 확정됐을 때 올림픽 중계권을 갖고 있는 NBC방송은 인터넷 판에 기사를 올리면서 ‘Pyeongchang(no, not pyongyang) wins 2018 Olympics’라는 타이틀을 달았다. no와 not이라는 부정어를 두 번이나 사용하면서 평양이 아니라 평창이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올림픽 개최지 투표 전에 평창을 평양으로 혼동한 IOC 위원들이 여럿 있었다는 뒷얘기도 전해졌다. IOC위원들이 이럴 정도니 평창 올림픽의 지리적 정체성을 둘러싼 우려를 쓸데없는 것으로만 치부하기는 힘들다.
무수한 땀과 시간, 그리고 수십억달러라는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부어 치르는 스포츠 제전이 엉뚱하게 다른 집 잔치로 인식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평창 올림픽이 한국에서 개최된 자랑스러운 스포츠 제전으로 세계인들에게 정확히 각인되려면 각국 중계 방송사들을 대상으로 한 치밀하고도 정교한 홍보가 뒷받침돼야 한다. 북한산 금 해프닝을 접하며 떠올려 본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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