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적함대’의 예상 뛰어넘은 ‘몰락’에 지구촌 경악
▶ 스페인 언론 “천국에서 지옥으로 떨어졌다” 비통
마드리드의 옥외 응원장에서 스페인 팬들이 자국팀의 몰락이 믿겨지지 않는 듯 충격에 빠져 있다.
이번 브라질 월드컵에서 스페인 ‘무적함대’의 부진은 사실 어느 정도 예견됐던 것이었다. 지난 6년간 2008년과 2012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와 그 중간에 벌어진 2010 남아공 월드컵을 모두 석권하고 줄곧 부동의 세계랭킹 1위를 지켰던 스페인이었지만 이미 전성시대를 이끌었던 주역들의 노쇠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스페인 축구를 상징하는 ‘티키타카’(숏 패싱으로 볼을 계속 점유하는데 집중하고 결정적 찬스를 만든 뒤에만 슈팅을 하는 스타일)도 예전만큼 위력을 떨치지 못하고 있었다. 1년전 브라질 월드컵 웜업대회로 펼쳐졌던 FIFA 컨페더레이션스컵 결승에서 스페인이 브라질에 0-3으로 완패한 것은 스페인의 월드컵 2연패 도전이 쉽지 않을 것임을 확실하게 보여준 것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지난 6년간 완벽하게 세계 축구를 지배했던 스페인이 이번 월드컵에서 이처럼 비참하게 무너질 것을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워낙 강팀이었기에 스페인에 대한 ‘몰락’이란 표현조차도 8강 이상 오르지 못하는 수준을 말하는 정도였을 뿐 조별리그에서 2연패로 본선 진출팀 가운데 가장 먼저 탈락할 줄은 그야말로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런 스페인이 두 게임에서 단 1골(페널티킥 골)을 뽑는데 그치고 무려 7골을 내주며 2연패를 당해 ‘몰락’했으니 충격이 크지 않을 수 없다.
단순히 경기에서 패한 것만이 아니었다. 경기 내용도 이 팀이 과연 스페인인지를 의심하게 하는 수준이었다. 네덜란드와의 1차전을 보면 전반엔 과거의 스페인과 큰 차이가 없는 경기력을 보여주는 듯 했으나 후반엔 그야말로 모래성처럼 허물어졌다. 그리고 그 것이 단 한 경기의 부진인지, 한 시대의 종말인지 여부는 18일 리우 데 자네이루의 마라카낭 스테디엄에서 벌어진 칠레와의 2차전에서 여지없이 드러났고 대답은 ‘시대의 종말’이었다.
세계를 호령했던 무적함대의 위용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수두룩한 세계적 스타들은 실수만 연발했고 전매특허인 면도날 패싱게임은 찾아볼 수 없었다. 디에고 코스타(26·아틀레티코 마드리드), 페르난도 토레스(30·첼시), 안드레스 이니에스타(30·바르셀로나), 다비드 실바(28·맨체스터시티) 등 초호화 공격진은 ‘빛 좋은 개살구’였고 남아공 월드컵 때 우승까지 가면서 단 4골만 내줬던 수비진은 단 두 게임에서 7골을 내주고 고개를 떨어뜨렸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골키퍼 중 하나로 꼽혔던 이케르 카시야스는 잇단 범실로 위대한 커리어에 뼈아픈 오점만 남기고 말았다.
스페인의 스포츠지 ‘마르카’는 이날 칠레에 패한 직후 “스페인 역사상 가장 영광스러운 시대가 마라카낭에서 끝났다”면서 “천국에서 지옥으로 떨어졌다”고 충격과 비통함을 전했다.
<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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