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브라질 월드컵 대한민국과 러시아의 경기가 열리는 18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시민이 응원을 펼치고 있다.

2014 브라질 월드컵 16강 진출을 위해 반드시 이겨야 하는 러시아를 상대로 한 조별리그 첫 경기를 앞두고 경기 시작 9시간 전부터 서울 시내 곳곳은 붉은 물결로 뒤덮였다.

거리응원이 열리는 서울 광화문 광장과 코엑스 앞 영동대로에는 오후 늦게 시작된 소나기가 그치고 밤 10시께부터 친구나 연인 또는 가족과 함께 온 시민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시민들은 대부분 붉은색 티셔츠를 입고 붉은악마를 상징하는 머리띠를 쓴 채 월드컵 분위기를 한껏 냈다.

광화문 광장에서는 붉은악마 공식 응원가인 ‘외쳐라 대한민국, We are the reds, 승리를 향해 가자!’가 울려 퍼지며 경기전 분위기를 달궜다.

오후 11시까지 광화문 광장에 모여든 시민 수는 당초 예상에 못미치는 1천여명(경찰 추산)이었으나 열기만큼은 뜨거웠다.

경찰 관계자는 "갑자기 소나기가 내린 탓인지 처음 예상보다는 적은 것 같다. 아침까지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응원석 앞쪽에 자리 잡은 시민들은 돗자리, 낚시 의자, 작은 담요 등을 준비해 와 ‘밤샘 응원’을 다짐했다. 시민들은 ‘대∼한민국’ 함성이 음향기기에서 나올 때마다 환호성을 지르기도 했다.

러시아전 길거리 응원에 참여하기 위해 천안에서 상경했다는 대학생 이주호(20)씨는 응원석 맨 앞줄에 앉아 "성인이 된 이후 첫 월드컵이라서 학교 친구들과 기말고사가 끝나자마자 오전에 KTX를 타고 서울에 왔다"며 "조금 피곤하지만 선수들이 통쾌한 골을 넣어주기를 기대하면서 밤샐 각오를 하고 있다"며 웃었다.

11살 초등생 아들의 성화에 못이겨 연차까지 냈다는 회사원 송모(48)씨는 "아들이 한달전부터 월드컵이 개막하면 꼭 거리 응원전에 와보고 싶다고 해 여름휴가를 반납하고 응원을 나왔다"며 "세월호 참사 이후 분위기가 많이 가라앉아 이렇게 즐겨도 되나 하는 죄책감이 들긴 하지만, 선수들이 좋은 경기로 조금이나마 국민들을 위로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삼성동 코엑스 앞 영동대로에도 오후 10시께부터 거리응원을 즐기려는 시민 500여명(경찰 추산)이 모여들었다.

영동대로는 오후 10시부터 왕복 14차선 도로 중 7차로가 전면 통제됐다.

학원업을 하는 정상철(33·경기 시흥) 씨는 "첫 경기인 만큼 뜨거운 열기를 느끼고 싶어서 나왔다"며 "오후에 출근하기 때문에 부담감도 적어서 밤샘 응원을 하려고 한다"면서 즐거워했다.

영동대로 인근 편의점은 음료수나 아이스크림 등을 사러 온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편의점 앞에는 맥주회사에서 부스를 마련하고 얼음을 가득 채운 아이스박스에 맥주를 담아 팔았다.

일부 상인들은 응원시간대가 자정부터 이른 아침까지여서 ‘월드컵 특수’를 기대할 수 없게 됐다며 울상을 짓기도 했다.

광화문 주변의 한 대형 술집 직원은 "4년 전 남아공월드컵 때는 첫 경기가 주말 저녁에 열려 경기 시작 한참 전부터 자리가 동났다"며 "이번에는 아무래도 평일 출근시간대에 열리는 경기인데다 사회적으로도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다 보니 월드컵 특수를 누리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