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가주의 주부 K씨가 지난 2008년 이민 와서 가장 신나던 때는 시장을 볼 때였다. 과일이나 고기 등 먹을거리 가격이 한국과는 비교도 안 되게 싸기 때문이었다. 그 중에서도 싼 것은 고기였다.
“한국에서는 고기를 살 수가 없었어요. 쇠고기는 말할 것도 없고 삼겹살도 서너 줄 한 팩에 만원이 넘었어요. 아이들만 먹이고 엄마 아빠는 못 먹었지요.”
그런데 미국에 와서 보니 고기 값이 엄청나게 싼 것이었다. 한창 자라는 삼남매에게 고기를 원 없이 먹일 수 있는 것만으로도 그는 엄마로서 행복했다. “많이 먹어라. 먹는 게 남는 거다” 하며 갈비찜이며 불고기며 끼니마다 고기 요리를 풍성하게 상에 올렸다.
요즘 K씨는 쇠고기를 사려면 가격표를 보게 된다. 전처럼 손에 잡히는 대로 집기에는 가격이 부담스럽다. 며칠 전 찜갈비 한팩을 사려고 보니 거의 40달러였다. 넉넉하게 두세 팩 집으면 갈비 값만 100달러이다.
“갈비 대신 꼬리를 샀어요. 한 줄로 깔아놓은 조그만 팩이 10여 달러였어요. 2008년에는 그 가격이면 위아래 두겹으로 쌓은 팩을 살 수 있었지요. 고기 값이 거의 두 배는 오른 느낌이에요.”
쇠고기 값이 미국에서 사상 최고 수준으로 뛰어 올랐다. 연방농무부(USDA) 초이스 급 쇠고기 소매가가 지난 2월 파운드 당 5달러28센트로 기록을 세웠다. 1년 전 가격은 4달러91센트. K씨 가족이 이민 온 2008년에는 3달러97센트. 2000년 전후에는 3달러를 약간 넘는 수준이었다. 고기 값으로 격세지감이 생길 만하다.
고기 값 격세지감은 이민연조가 길수록 클 수밖에 없다. 1980년대 90년대만 해도 한인들은 고기를 정말 많이 먹었다. 지금처럼 육류 섭취를 줄여야 한다는 인식이 거의 없었던 데다 한국에서 비싼 고기가 미국에서는 너무나 싸서 주말이면 으레 바비큐 파티였다.
게다가 꼬리나 사골 등 미국사람들이 먹지 않는 부위는 80년대만 해도 미국 마켓에서 거의 거저에 가까울 정도로 싸게 팔았다. 고기를 배불리 먹을 때마다 한국의 가족들이 떠오르던 사람들은 한국 방문길에 갈비며 꼬리 등을 꽁꽁 얼려서 선물로 가져가기도 했다.
그렇게 싸던 쇠고기가 이제는 웬만하면 파운드에 10달러가 넘는다. 쇠고기 값이 뛰어 오른 것은 공급이 줄었기 때문이다. 지금 미 전국에서 사육되는 소는 8,770만 마리로 1951년 이후 가장 적은 숫자이다. 남서부와 중서부에 수년 째 가뭄이 계속되면서 옥수수와 건초 등 사료 값이 폭등하자 목장 주들이 가축들을 팔아버려서 생긴 일이다. 아울러 중국이나 일본 등으로 수출되는 양이 늘어서 미국 내 쇠고기 값은 앞으로 계속 오를 전망이다.
육류 섭취를 줄이면 이제 일석삼조이다. 건강 챙기고 가계 부담 덜고 지구 온난화까지 예방할 수 있다. 집집마다 고기 덜 먹기 운동을 펼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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