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문당해 사경 헤매는 펠프스 목사
미국에서 과격한 동성애 추방운동을 주도하는 등 온갖 기행으로 물의를 빚은 프레드 펠프스(84) 목사의 비참한 말로가 사회에 반향을 낳고 있다.
그는 지난해 캔자스주 소재 웨스트버러침례교회(WBC)를 떠나 쓸쓸한 죽음을 앞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아들인 네이트 펠프스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호스피스 병동에서 죽음의 문턱에 서 있다"며 아버지의 근황을 전했다.
무엇보다 충격적인 것은 한때 수많은 추종자를 거느렸던 기독교 독립교단의 지도자가 후계를 둘러싼 교회 내부의 권력투쟁에 희생됐다는 점이다.
교회 측은 "교회 내부 문제"라며 확인을 거부했지만, 그는 오랫동안 자신의 곁에서 교회 대변인 역할을 해온 딸 셜리를 밀다가,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교회 장로들의 쿠데타로 모든 직분을 잃고 파문까지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원 남자로 구성된 장로회에는 펠프스 목사가 낳은 4명의 아들이 몸담고 있다.
37년 전 아버지와 결별하고 교회를 나온 네이트는 "노인네와 그의 존재 이유가 사라졌다"며 막말을 해댔다.
펠프스 목사는 평생 동지인 아내 마기와 사이에 13명의 자녀를 뒀다. 이들 중 9명이 교회에 간부로 재직 중이고 나머지는 아버지의 신앙에 반기를 들고 교회를 이탈해 남남으로 살고 있다.
한 노목사의 말년에 여론의 이목이 쏠리는 것은 미국 헌법의 중심 가치라는 ‘표현의 자유’에 근본적 물음을 던지게 한 그의 기행 때문이다.
에이즈를 신이 동성애자에게 내리는 심판이라고 규정한 그는 동성애자이거나 동성애를 옹호한 유명인사나 전사자의 장례식에 피켓을 들고 나타나 저주를 퍼붓는 등 극단적인 언행을 일삼았다.
지난 2006년 해병대 매튜 스나이더 일병 장례식에서 ‘미군이 전사하는 것은 정부가 동성애를 용인하는 데 대해 신이 벌을 내린 것’, ‘병사의 죽음에 하나님께 감사드린다’는 글이 적힌 피켓 시위를 벌였다가 유족에게 고소를 당했다.
엘리자베스 테일러와 스티브 잡스, 팝스타 레이디 가가, 다이애나 영국 왕세자비도 그의 목표물이 됐다.
테일러는 생전에 에이즈 홍보대사로 활동하며 에이즈 환자를 도운 것이, 잡스는 동성결혼을 반대하는 기독교의 맨해튼 선언을 애플 앱스토어에서 삭제한 것이 목사가 내건 피켓 시위의 명분이었다.
그는 동성애 말고도 낙태, 이슬람, 혼외정사에 대해서도 천벌로 다스려야 한다는 과격한 태도를 보였고, 9·11 테러와 토네이도 참사가 신의 뜻이라고 주장하는 등 신비주의적 태도를 취했다.
많은 사람의 가슴에 상처를 줬던 그가 자신이 교회 지도자로 키운 자식들에게 버림받고, 그 충격으로 사경에 빠졌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언론과 소셜미디어에서는 ‘인과응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진보 성향의 유력 인터넷 매체인 허핑턴포스트는 ‘펠프스 장례식에서 피켓을 들어야 하나?’라는 인터넷 여론조사까지 벌이고 있다. 18일 오후 현재 허핑턴 조사에선 반대가 50%로 찬성(35%)을 앞서고 있다.
반대 여론에는 ‘장례식 볼 시간이 아깝다’는 멸시와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는가’라는 동정이 섞여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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