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북한 인권조사위원회(COI)가 만든 보고서가 17일 나왔다. 이 보고서는 북한의 반인도적인 범죄는 제2차 대전 당시 나치 만행에 버금가는 것이라며 이에 책임 있는 김정은을 기소해 국제 형사재판소(ICC)에 세울 것을 촉구했다.
북한 인권의 실상은 익히 알려진 바지만 이처럼 국제적 공신력 있는 기관이 지옥 같은 북한 강제 수용소의 모습을 낱낱이 까발리고 그 책임자인 김정은을 형사범으로 처벌해야 한다고 나온 것은 처음이다. 이 보고서는 북한 정부가 자국민을 보호하지 못하는 상황이므로 국제 사회가 보호책임을 져야 한다며 탈북자를 강제로 송환시키는 중국도 강하게 비난했다.
물론 김정은이 국제 형사재판소에서 재판을 받게 될 가능성은 낮다. 유엔 안보리가 이를 승인해야 하는데 중국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 분명하고 설사 중국이 동의한다 하더라도 김정은이 재판정에 나올 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보고서의 의미는 작지 않다. 북한 김정은 체제의 잔학상을 국제 사회가 인식하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줬을 뿐 아니라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할 것을 천명했기 때문이다. 김정은이 세계 여론의 심판대 위에 선 것이다. 중국도 계속 북한을 싸고돈다면 나치에 준하는 인권 말살국인 북한을 비호한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이번 인권 보고서와 관련해 주목할 것은 인권과 평등을 지고의 가치로 여긴다는 한국 ‘진보’ 단체들의 태도다. 박근혜 정부의 ‘독재’와 ‘인권 유린’에 열을 올리는 단체일수록 북한의 인권 탄압에는 조용하다. 오늘도 ‘박근혜 독재 정권 퇴진’을 부르짖는 정의 구현 사제단에게 한 마디 묻고 싶다. 박근혜보다 만 배는 인권을 철저히 짓밟는 김정은과 그로 인해 고통 받는 북한 주민들의 참상에 입을 다무는 것이 정의 구현이고 하나님 사랑의 실천인가.
이번 보고서에서 또 눈길을 끄는 것은 북한 강제수용소에 수감돼 있는 사람 수가 90년대 15만~20만에서 지금 8만~13만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난 점이다. 얼핏 보면 반가운 현상처럼 보이지만 이 보고서는 그 원인이 이들이 풀려났기 때문이 아니라 그동안 학대에 견디지 못하고 수 만 명이 수용소에서 사망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북한 주민들의 인권 유린은 21세기 인류가 목격하고 있는 최악의 참사의 하나다. 온 세계가 분노하고 있는 이 사태에 대해 정작 이들과 같은 피를 나눈 한국인들은 유독 무심하다. 미국도 이미 통과시킨 북한 인권법을 한국은 몇 년째 논의만 하며 만들지 못하고 있다.
먼 훗날 한반도가 통일돼 남북한 주민들이 자유로이 왕래하는 날이 왔을 때 북한 주민들이 “우리가 고통 받고 있을 때 당신은 무얼 했는가”라고 묻는다면 한국민들은 뭐라 답할 것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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