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 가족이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했습니다. 어쩌다 한번씩 조카들을 만나게 되면 그때마다 훌쩍 커있는데 위에 두녀석은 이번엔 머리를 쓰다듬어주려면 까치발을 해야할 지경으로 컸습니다. 늦둥이인 다섯살배기가 있어서 그나마 재잘재잘 얘기가 오가지 사춘기에 들어선 두녀석은 말수 또한 줄어서 어지간하면 입을 꽉 다물고 있습니다. 먼 여행을 하든 가까운 동네를 산보하든 다섯살배기는 상황이야 어떻든 형 누나랑 장난을 치면서 하루종일 깔깔거립니다. 뭐가 우스운지는 모르겠으나 차안이든 집안이든 꼬마 조카의 웃음소리가 떠날 날이 없었습니다. 웃음명상을 지도하는 제 동기 교무가 ‘어린 아이는 하루에 300-500번을 웃고 어른은 하루에 7-10번 사이를 웃는다’고 하더니 꼬마 조카를 보면서 정말 그렇구나 하고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더구나 감기가 와서 기침과 미열을 달고 다니던 때라 내 표정은 더 시무룩해 있었는데 같이 기침을 콜록거려도 그 녀석은 맨날 깔깔댑니다. 일 때문에 먼저 돌아가는 제 아빠를 배웅하면서 눈물을 찔끔거리더니 돌아오는 길은 다시 형 누나와 웃기 시작합니다. 어른들처럼 복잡한 사고작용이 시작되기 전이라 전후사정을 파악하여 이미 지난일에 후회하고 발등을 찍거나 오지않은 일을 불안해하고 괴로워하는 어른들과는 달리 아이들은 지금 이 순간을 선택하고 살아가는 까닭이 아닌가 합니다. 우리가 하는 걱정이라는 것이 늘 지나갔거나, 오지않은 일이 대부분이고 그것에 대해 염려하느라 지금 이 순간을 소모하고 사는데 어린 아이들은 거기까지 사고작용이 미치지 않는 지라, 늘 현재에 집중합니다. 그래서 먼저 한국으로 돌아가는 아빠를 오래도록 마음에 간직하고 항상 어느 정도 우울해 하는 대신, 아빠가 가는 그 순간에는 맘껏 섭섭해하고 돌아와서는 제 놀이에 빠져버립니다. 지난 순간 혹은 오지않은 순간을 선택하며 슬퍼하거나 불안해하느라 자기앞에 놓인 이 순간을 잊어버리는 법이 없습니다. 때문에 늘 이 순간에 행복과 이 순간에 즐거움을 선택합니다. 어른들의 사고로는 행복은 조건이 맞아야 느껴지는 감정입니다.
‘일단 집을 사고, 아이들이 대학을 다 가고 나면… 여유가 생기고, 그때쯤 되면 행복해질것이다.’ 그래서 행복은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열심히 ‘추구’해야 하는 것이 됩니다. 그러나 아이러니 하게도 행복을 쫒느라 행복할 틈이 없고 하루에 7-10번도 웃지 않는 얼굴을 하고 살게 됩니다. 웃지않는 굳은 얼굴에 웃는 얼굴로 서슴없이 다가올 사람이 드물듯이, 지금 행복하지 않은 사람에게 행복은 쉽게 다가오려고 하지 않습니다. 내가 웃는 얼굴이면 타인이 쉽게 웃는 얼굴로 다가오듯, 내가 행복하면 행복이 자꾸 다가옵니다. 행복은 사실 쫒아가는 것이 아니라 지금 선택하는 것입니다. 어떤 상황이든 나에게는 선택권이 있습니다. 이 상황을 불행하게 느낄 것인가, 행복하게 느낄 것인가? 내가 선택하는 것입니다. 어떤 어떤 조건을 다 갖출 때까지 행복하기를 미뤄둘 것인가, 그런 조건이 다 채워지지 않아도 지금 이 자리에서 행복할 것인가.. 내 선택입니다. 행복을 선택하는 것도 습관입니다.
이 순간 행복이 아닌 염려와 걱정을 선택하는 마음의 습관, 이 습관을 얼른 알아차리고 행복을 자꾸 선택할 때 내가 행복해집니다. 마음은 자주 사용하지 않는 것은 불러오고 현실화시키는 힘이 약합니다. 행복감을 사용하지 않으면 그런 마음과 현실을 스스로 만들어내지 못합니다. 연습해 본 적이 없는 마음이기 때문입니다. 상황이 어떻든 행복을 선택할 때, 타인이 볼 때는 불행한 순간에조차 나는 행복과 만족의 현실을 창조할 수가 있는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 행복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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