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100세까지 살아야한다. 그리고 인천에 살아야한다. 그렇게 하면 시로부터 생일 축하금 100만원을 받을 수 있다.
인터넷 신문 ‘인천뉴스’에 의하면 인천에 거주하는 100세 이상 노인의 수가 지난해 말 기준으로 575명에 이른다. 눈을 비비고 재확인 했지만 분명 57이 아니라 575이었다!인천시는 이에 맞춰 노인들을 위해 여러 가지 정책을 펼치고 있는데 그 일환으로 생일 축하금을 지급하고 있다는 것이다 : 만 90세에게는 30만원, 만 95세 50만원, 그리고 만 100세는 100만원.
100세까지 사는 것이 특별히 장수하는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우리의 이야기라는 걸 보여주는 이 기사는 100세 시대가 이미 와있다는 걸 생생하게 실감하게 해주었다. ‘호모 헌드레드(백세인)’ 또는 ‘호모 센테나리안(세기인)’시대가 온 것이다.
그러니 이제 인생은 더 이상 일모작, 이모작이 아니고 삼모작, 아니 그 이상의 다모작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며 이미 그 일을 멋지게 이루어 낸 역사적 인물들을 찾아보았다.
100세에 미국의 풍속화가 그랜마모세는 활발히 작품활동을 해 라이프 잡지의 커버인물이었고, 93세에 극작가 버나드 쇼는 ‘부자연스런 우화’를 썼고, 91세에 에이먼 드 벨레라는 아일랜드의 대통령을 지냈고, 90세에 피카소는 여전히 작품활동을 했고, 89세에 루빈스타인은 뉴욕의 카네기홀에서 성공적인 연주회를 했고, 89세에 슈바이처박사는 아프리카에서 병원장을 했고, 88세에 미켈란젤로는 산타마리아 교회 건축설계를 했고, 85세에 디자이너 코코 샤넬은 패션회사의 총수였고, 84세에 영국의 소설가/극작가인 서머셋 모엄은 지금도 대학에서 읽히는 비평에세이를 썼고, 82세에 윈스턴 처칠은 역사책을 썼고, 81세에 독일의 문호 괴테는 고전 중의 고전으로 불리는 파우스트를 완성했고, 80세에 미국의 배우 조지 번즈는 아카데미상을 수상했다.
평균 수명이 지금보다 낮았던 시대에 살았던 인물이었기에 이들은 삼모작 이상을 일구어 낸 셈이다.
작년에는 80세 일본인 미우라 씨가 세계 최고령으로 에베레스트 산 등정에 성공하기도 했다. 그의 에베레스트 산 등정은 70세이던 2003년, 75세 때인 2008년에 이어 2013년이 세 번째였다. 이렇게 해서 미우라 씨는 2008년 76세의 나이로 등정에 성공한 네팔인 민 바하두르 셰르찬이 보유한 최고령 기록을 넘어선 것이었다.
일본 여자프로농구 야마나시 퀸비스 팀을 이끌고 있는 80세 임영보 감독, 2013년 성남시민축구단 초대 감독으로 임명된, 1983년 멕시코 세계청소년축구대회 4강을 이끈 75세의 박종환 감독 역시 삼모작을 멋지게 일구고 있다. 10여 년 전만 해도 한국의 스포츠 계에서 70대 인물은 찾아보기 힘들었으나 이제는 70대 감독들이 이렇게 등장하고 있다.
‘아프리카의 지성’으로 불렸던 말리 출신 작가 아마두 함파테 바는 “노인 한 명이 숨지는 것은 도서관 하나가 불타는 것과 같다”는 명언을 남겼다. 노인이 가진 삶의 경험과 지혜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잘 보여주는 표현이자 노년의 책임을 느끼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 도서관이라고 불릴 수 있는 걸맞은 삶을 살아야한다는 말이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이 걸맞은 삶의 조건에는 물론 건강한 몸이 뒷받침이 되어야한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촉촉한 감수성이 아닌가 한다.
곽재구 시인은 ‘스무 살’이라는 시에서 스무 살의 나이를 이렇게 말한다 : 길 가다/ 꽃 보고// 꽃 보다/ 해 지고// 내 나이/스무 살// 세상이 너무/ 사랑스러워// 뒹구는/ 돌눈썹 하나에도/ 입맞춤하였다네.
노년에 이 스무 살의 감수성을 다시 키울 수 있다면, 삼모작을 시작할 수 있는 훌륭한 밑거름이 되어주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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