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리 사이즈가 몸통 사이즈와 비슷할 정도로 부리가 넓적하게 큰 새였다. 부리의 색도 보통 새들과 달리 노랗고 파랗고 오렌지색으로 총천연색이다. 깃털의 빛깔도 형광 빛의 선명한 원색의 대비로 무척 아름답다. 이름이 영어로는 투캔(tucan)이고 브라질 언어인 포르투칼어로는 뚜까노(tucano)라고 한다.
정글 속에 사는 각종 새들을 살펴보니 색이란 색은 모두 형광 빛이 도는 화려한 색깔이었다. 지상에 존재하는 모든 색조차도 이미 신이 만들어 둔 것임을 알았다.
이과수 폭포가 있는 정글 입구에 새와 나비와 함께 산책하는 곳이 있었다. 그곳에 사는 새와 나비들을 모아서 공원을 만들어 관광객들에게 관람하게 했다. 너무도 신기하고 예뻐서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보았다. 남편은 새가 놀라서 엉뚱한 행동을 혹시 할지 모르니 조용히 하라고 주의를 준다. 정말 아름답고 예뻤다. 새 한마리가 가까이 다가와 넙적한 손바닥 같은 부리로 내 블라우스의 단추를 아래부터 하나씩 차례로 씹어본다. 부리가 다정한 손길 같다.
12월 초에 브라질을 다녀왔다. 투캔을 비롯한 형광 빛의 원색 깃털을 가진 희귀한 새들과 나비들을 실컷 보고 이과수 폭포를 보고 왔다. 장엄한 풍경을 보고 와서인지 마음은 터질듯 부풀어 아직도 포만감의 여운에 잠겨있다. 여행만큼 큰 만족을 주는 것이 없는 듯하다. 그래서 틈만 나면 떠날 궁리를 하게 되고 또 다녀와서는 주변사람들에게 떠벌이게 된다.
옆에서 듣고 계시던 선배님이 “나에게도 그렇게 먼 곳을 가볼 기회가 올까” 하면서 혼잣말 을 하신다. 큰 수술을 마치고 회복 중이라 마음이 약하여져서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이다. 그 말을 듣고 보니 무척 미안했다. 어른들이 ‘건강을 잃으면 전부를 잃은 것’이라며 건강의 중요성을 강조한 이유를 절감하게 된다.
나의 경우에도 사고가 있었다. 리오데자네이로에서 묵은 호텔의 샤워도어가 미끄러지며 빠져서 유리가 발등을 찍었다. 상처 입은 발을 붕대로 꽁꽁 묶고 지팡이를 짚고 다니려니 무척 불편했었다.
브라질에 처음 도착한 후 상파울로와 그 옆 해변 도시 산토스를 관광할 때는 브라질 한인의 안내를 받았다. 여럿이 함께 다니면 강도들의 표적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얘기를 그곳에 사는 분이 종종했다. 브라질은 인신매매와 강도가 성행하는 곳이라고 들어왔지만 세계에서 자원을 제일 많이 가진 나라의 실상을 꼭 한 번 두 눈으로 직접 보고 싶었다.
가진 것이 많은 나라여서 살기에 편한 곳은 아니었다. 자원을 어떻게 활용하며 분배하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임을 알았다. 고속도로를 달리던 중 빈번하게 마주친 가난한 동네의 남루함이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기 때문이다.
그 다음의 일정으로 리오데자네이로에서 이과수로 향하던 날 오전에 발을 다쳤다. 피가 펑펑 나는 듯해 놀라서 프런트에 연락했지만 아무도 객실로 오지 않았다. 스페인어 혹은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도 드물어 의사소통이 되지 않았다. 그냥 “우린 잘못한 것 없다”는 말만 호텔을 주선한 여행가이드에게 했다고 한다. 다행히 지혈이 되고 연고를 바르고 가이드가 붕대를 사다줘서 꽁꽁 묶고 비행기를 타고 이과수 폭포로 향했다.
일들이 평탄하게 되어가지 않는 느낌이 드는 해가 있다. 지난 한 해가 그랬다. 계속 뭔가 문제가 생겨 일들이 어렵게 마무리되곤 했다. 자잘한 일들이 계속 꼬여서 인내심의 한계를 시험한다는 생각을 하기조차 했다. 때로는 ‘내가 뭘 잘못했기에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가’ 싶어서 반성하기까지 했다. 잘못은 대부분 입바르게 내뱉는 말실수였을 것이다.
새해에는 뚜까노의 부리처럼 묵직하게 입을 닫고 잠잠히 내가 해야 할 일만 하는 그런 삶을 살고 싶다. 비판적이며 부정적인 말은 절대 입 밖에 내지 않을 것을 다짐해본다. 세상 구석구석으로 좀 더 다니면서, 경험하면서, 배워가면서 살고 싶다. 그러려면 건강부터 챙겨야 되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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