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쯤 ‘인생을 두배로 사는 아침형 인간’이라는 제목의 책이 한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성공한 사람들은 아침이 부지런한 사람들로, 아침을 잘 활용하는 사람이 하루를 지배할 수 있고, 하루를 지배하는 사람이 인생을 지배할 수 있다. 성공은 아침에 좌우된다”는 것이 이 책의 핵심 주장이었다.
사이쇼 히로시라는 일본인이 쓴 이 책은 한국에서 수십만부가 팔려 나가며 ‘아침형 인간’ 돌풍을 일으켰지만 정작 일본에서는 몇 만부밖에 팔리지 않았다. 성공에 목을 맨 한국사회가 만들어 낸 기형적인 현상 가운데 하나였다.
히로시의 책은 아침형 인간이 되는 방법을 14주 프로젝트로 만들어 상세히 소개한다. 하지만 아침형 인간이 되기란 쉽지 않기 때문에 아침에 해야만 하는 일들을 만들어 자연스레 새벽에 일어나도록 유도한다던가 하는 식으로 ‘미끼’를 스스로에게 던지도록 권유한다. 성공학 강사들도 대부분 아침형 인간이 될 것을 강력히 주문한다.
그러나 아침형 인간이 되기를 강요하는 듯한 주장에 많은 이들은 불편함을 느낀다. 사람마다 체질이 다르고 직업이 다르다. 새벽 기상이 자연스러운 ‘참새형’ 신체리듬이 있는 반면 밤이 돼야 신체리듬이 활발해지는 ‘올빼미형’ 인간도 있다. 아침형 인간에 전혀 맞지 않는 리듬을 가진 사람이 억지로 이에 맞추려 들다보면 오히려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런 가운데 최근 똑똑한 사람일수록 ‘저녁형 인간’일 가능성이 크다는 내용의 조사결과가 발표돼 관심을 끌고 있다. 영국의 런던 정치경제대학교는 조사 결과 아이큐가 높은 사람들일수록 올빼미형이 많으며 더 높은 수준의 인지능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이 외에도 저녁형 인간들의 사고능력이 아침형 인간들보다 조금 더 뛰어나다는 것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는 여러 개에 이른다.
저녁형 인간들 가운데 가장 유명한 사람은 영국의 처칠 수상이다. 처칠은 저녁 5시쯤 자리에 누워 1시간 반 가량 자고난 후 일어나 본격적인 일과에 들어갔다. 그는 밤 8시쯤 저녁식사를 한 후 집무를 시작해 보통 새벽 3시까지 일했다. 플로베르, 프란츠 카프카, 제임스 조이스 등도 밤을 새우며 글을 쓴 작가로 잘 알려져 있다. 오바마 대통령도 전형적인 저녁형 인간으로 잘 알려져 있다.
물론 야밤에 말똥말똥 눈을 뜨고 있다고만 해서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닐 터. 저녁과 밤 시간을 활용해 하루의 업무를 정리하고 다음 날을 잘 준비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또 일과를 복기하며 잘잘못을 되집어 보는 자세도 필요하다.
그러고 보면 성공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소는 어떤 시간대의 인간형이냐가 아니라 어떤 태도를 가진 사람인가 라고 볼 수 있다. 그러니 이제는 ‘××형 인간’이 돼야 한다는 따위의 강박은 훌훌 벗어 던져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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