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의 양극화는 요즘 세계 공통의 현상이다. 부자는 더욱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은 더 돈이 없어지는 이 현상은 2007년 세계 금융 위기 이후 잠시 사라지는 듯 했다. 부자들의 부의 원천인 부동산과 주식이 폭락하면서 있는 사람이 없는 사람보다 훨씬 큰 손해를 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수 년 간 세계 경제가 회복세로 접어들면서 이는 다시 가속화되고 있다. 부자들의 부는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는데 일반 근로자의 임금은 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가구의 중간 소득은 2007년 5만7,000달러에서 2009년 5만1,000달러 대로 떨어졌다 작년에야 5만4,000달러 선으로 회복됐지만 아직도 6년 전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평소에는 사는 게 힘들다고는 느끼면서도 갈수록 벌어지는 상류층과의 격차를 잘 느끼지 못할 수 있다. 중하류층과 상류층이 접촉할 기회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양극화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곳이 있다. 바로 비행기 안이다. 비행기 맨 뒤부터 타기 시작하는 이코노미 승객은 널찍하고 호화로운 비즈니스 석을 바라보며 지나가야 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날이 갈수록 이코노미석은 좁아지고 비즈니스 석은 넓어진다는 점이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보잉 777기의 이코노미 좌석 수는 한 열 당 9석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생산된 비행기의 70%는 열 당 좌석 수가 10개로 늘어났다. 이에 따라 이코노미 좌석 폭도 18.5인치에서 17인치로 줄었다.
비행기가 더 커진 보잉 787도 마찬가지다. 비행기의 내부 좌석이 당초 한 열 당 8석에서 9석으로 늘어났다. 에어버스의 신기종 A330의 경우에도 원래 8석으로 설계된 것을 대형 항공사 10곳이 9석으로 늘려 주문해 이에 맞췄다. 좌석 넓이가 1인치만 줄어들어도 승객의 불편은 배가 된다. 옆에 좀 뚱뚱한 승객이 안기만 해도 숨쉬기조차 불편할 지경이다. 자리 축소와 함께 승객들의 불만과 분노도 치솟고 있다.
이코노미석이 좁아지는 것과 반비례해 비즈니스석과 1등석은 날로 호화로워지고 있다. 캐서이 퍼시픽의 경우 비즈니스석은 마사지 기능이 있다. 뉴욕에서 홍콩까지 가는 이 비행기 요금은 1만5,000달러. 아랍 에미리트는 더 하다. 독립된 개인 방에 샤워장까지 있다. 뉴욕에서 두바이까지 요금은 1만9,000달러. 에티하드 항공은 1급 호텔 주방장이 주문하는 대로 요리를 만들어준다. 요금은 뉴욕에서 아부다비까지 1만6,000달러. 돈이 있는 사람들은 요금이 얼마든 별로 상관하지 않고 최상의 서비스를 원하기 때문에 항공사들은 이에 맞춘 상품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한 때는 하늘을 나는 기쁨의 공간이던 비행기가 대다수 여행객들에게는 호사스런 남의 자리를 바라보며 비좁은 좌석에 시달려야 하는 고통의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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