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경제학상은 노벨상이기는 하지만 다른 상과는 조금 다르다. 다이나마이트 발명가인 알프레드 노벨이 죽으면서 유언으로 남긴 노벨상은 평화, 문학, 물리, 화학, 의학 등 다섯 가지로 경제학은 들어 있지 않다. 그가 죽고 난 후 한 참 후인 1968년에서야 스웨덴 국립은행이 노벨의 이름을 빌려 경제학상을 마련했고 상금도 은행이 대고 있다. 그러나 수상자 선정 등 시상과 관련된 업무는 다른 상과 같이 노벨 재단에서 맡고 있다.
이런 특수성 때문에 전에는 심심치 않게 경제학상 폐지 주장이 나왔다. 알프레드 노벨 형의 증손자이자 인권 변호사이기도 한 피터 노벨은 노벨 가문은 원래 노벨 경제학상을 만들 생각이 없었다면서 재단 측이 노벨의 이름을 도용하고 있다고 주장한 적이 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군나르 뮈르달도 프리드리히 하이에크 같은 반동 세력이 자신과 같이 상을 받았다는 이유로 경제학상 폐지를 주장했다.
1976년 밀튼 프리드먼이 경제학상을 받자 라이너스 폴링 등 노벨상 수상자 4명은 칠레의 피노체트 독재 정권에게 조언을 해주는 사람에게 상을 주는 것은 부당하다며 이를 철회할 것을 요구하는 글을 뉴욕타임스에 싣기도 했다. 1994년에는 영화‘뷰티풀 마인드’의 주인공 존 내시가 이 상을 받자 경제학자도 아니면서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에게 상을 주는 것이 가당한가 하는 반대 여론이 일었었다.
그러나 이같은 논란에도 불구, 이제 노벨 경제학상은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경제학 분야 최고 권위의 상으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 세계 경제학자 치고 이 상 받는 것을 꿈꾸지 않는 사람은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상은 특이한 점이 또 하나 있다. 다른 분야도 그런 경향이 있지만 경제학상은 미국의 독무대라는 점이다. 2000년 이후 물리학상을 받은 37명 중 21명, 의학상을 받은 33명 중 18명, 화학상을 받은 33명 중 22명 그리고 경제학상을 받은 30명 중 27명이 미국인이다. 경제학의 경우 90%가 미국인인 셈이다. 경제학상이 생긴 1969년 이후부터 따져도 74명이 이 상을 받았는데 이중 거의 다가 미국인이다.
20세기 전반은 경제 발전을 위해 정부의 역할을 중시한 케인스 학파가 서방 선진국에서 주도권을 잡고 있었다. 이에 반기를 들고 경제 발전은 시장에 맡기고 정부의 역할은 최소화해야 한다고 나온 것이 소위 시카고 사단이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미국인의 절반 가까이인 28명이 시카고 대 출신이다. 경이적인 기록이 아닐 수 없다. 올해 수상자 3명 중 2명이 시카고 대 출신이고 나머지 한 명도 미국인이다.
이들의 생각은 훗날 대처-레이건 혁명의 기초가 되고 동구와 소련 공산권 몰락에도 한 몫을 한다.“어떤 독재자도 결국은 오래 전에 죽은 경제학자의 노예”라는 케인스의 말은 아직도 유효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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