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에서는 중국 열풍이 드세다. 서울의 최고 번화가 명동을 돌아다녀 봐도 들리느니 중국말이고 보이느니 중국어 간판뿐이다. 독도 등으로 한일관계가 나빠지고 엔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급속히 줄어든 일본인 관광객 수를 중국인이 메우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최대 관광지인 제주도의 경우 이런 성향은 더욱 심하다. 작년 이곳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160만 중 2/3에 달하는 108만 명이 중국인 관광객이다. 올해는 이보다 30% 늘어난 140만이 찾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제주도 상주인구가 60만에 불과한 것을 감안하면 어마어마한 숫자다. 제주도에서 들리는 FM 방송의 절반이 중국말로 방송을 하고 있다.
출판계에서도 이런 현상은 뚜렷이 감지된다. 지난 7주 동안 한국 출판시장에서 베스트셀러 1, 2, 3위를 차지한 책은 모두 ‘정글만리’다. 한국 기업의 중국 진출을 소재로 한 조정래의 이 책은 3권으로 돼 있는데 3권 모두 베스트셀러 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이 책들은 이미 55만부가 팔려나갔는데 앞으로 100만부 돌파는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이 이처럼 잘 팔리고 있는 것은 중국에 관심 있는 일반 독자들도 많이 사지만 중국에 지사나 주재원을 둔 기업이 이를 단체로 구입해 직원들에 읽게 하기 때문이다. 박병원 은행연합회 회장은 최근 전경련 주최 창조경제회의에서 “‘정글만리’를 읽어보면 해외에서 기업하고 돈 버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가 국민들이 인식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 책 읽기를 권했다.
이 책은 중국에 나가 있는 상사 주재원, 유학생 등의 입을 통해 중국의 실상을 흥미롭고 생생하게 전하고 있지만 주인공이 있는 소설이라기보다는 여행기에 가깝다. 또 이야기를 극적으로 꾸미려다 보니 현실성이 떨어지는 장면도 여럿 나온다. 미모의 유능한 중국계 미국인 기업 총수가 중국 고위 관리들과 친분을 맺고 중국을 무대로 맹활약하다 어느 날 갑자기 고의적으로 부도를 내고 도주한 이야기 등이 그것이다. 이야기의 대부분이 비즈니스 업계에서 떠도는 풍문 수준이고 중국 문화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없다는 비판도 높다.
그러나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독자들의 관심이 이처럼 높다는 것은 한국 사회가 중국에 대한 정보에 얼마나 목말라 있는가를 보여준다. 대 중국 무역은 이미 한국 총 수출액의 25%를 차지할 정도로 커졌다. 2위와 3위인 미국과 일본을 합친 것보다 높다. 거기다 연 1~2%의 성장에 머물고 있는 미국과 일본과는 대조적으로 중국은 아직도 7~8%의 고속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앞으로도 오랫동안 중국은 한국을 먹여 살릴 가장 중요한 시장인 것이다.
현재 중국 내 한국 유학생 수는 6만2,000으로 미국의 7만3,000보다는 뒤지지만 지난 10년 사이 280%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어 같은 기간 25% 증가에 그친 미국을 따라잡고 1등을 할 것이 확실시 된다. ‘정글만리’는 비록 수박 겉핥기일 망정 중국의 중요성을 새삼 인식시키는데 일조를 하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 어디에 살건 중국에 대한 공부가 반드시 필요한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