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시끄러운 소리가 들린다. 오래만의 고국 나들이다. 그래서 흥분이 쌓였나. 어쨌든 이제는 낯설기만 하다. 그런 곳에서의 밤이어서 그런지 좀처럼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그래저래 어렵게 겨우 든 잠이었다. 그런데 한 밤중에 훤소(喧騷)음이다. 도대체 몇 시인가. 새벽 2시가 넘어 3시를 향해가고 있다. 그 떠드는 소리가 점점 크게 들린다. 억양으로 보아 중국어 같다. 결국 꼬박 새다시피 했다.”일주일이 넘게 이어지는 중국의 국경절 연휴를 맞아 한국을 찾은 중국 관광객 수가 15만에 달했다고 한다. 그 시즌에 마침 한국을 방문한 미주 한인이 전하는 이야기다.
호텔방 잡기가 별 따기였다. 어렵게 얻어 걸린 방은 강남의 한 5성급 호텔이었다. 로비에서부터 만나는 사람들은 중국인들이었다.
그런데 그 매너가 말이 아니었다. 시끄럽게 떼를 지어 다니는 건 보통이다. 더 참기 힘든 것은 한 밤중의 추태. 밤 1시, 2시가 넘었다. 그런데도 객실 복도에서도 큰소리로 떠들어 대는 그 대륙스타일의 비례에 아예 기가 질릴 정도라고 했다.
한국만이 아닌 모양이다. 뉴욕에서, 파리에서, 싱가포르에서, 그리고 저 멀리 뉴질랜드에서도 같은 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중국인들의 그 무례를 참지 못하겠다는 거다.
루브르궁 분수대에서 발을 씻는다. 독일의 한 호텔에서는 식사 중 하도 떠들어 호텔 측이 나서 식사 중 떠들지 말라고 경고를 했다. 뉴욕에서는 월스트리트의 상징인 황소 동상의 목 위에 올라타고 사진을 찍는다.
‘어글리 차이니즈’의 모습에 지구촌이 눈살을 찌푸리고 있는 것이다. 문득 한 모습이 연상지어 진다. 1990년대, 그러니까 한국 역사상 처음으로 보통의 아저씨, 아줌마들이 단체로 해외여행에 나서기 시작한 그 무렵의 한국인 관광객의 모습이다.
“그들은 괄괄하고 촌스러웠다. 해외문화에 둔감할 뿐 아니라 매너까지 형편없었다. 실례의 말이지만 외모도 볼품이 없었다.” 오래 동안 서울 특파원을 지낸 한 외국기자의 눈에 비친 ‘90년 대 어글리 코리언’의 모습이다.
이 벽안의 기자는 그러나 그 ‘어글리 코리언’ 예찬자가 된다. 거칠고 촌스럽다. 그렇지만 전쟁의 폐허에서 산업을 일으켰다. 그 뿐이 아니다. 한국의 민주화를 이룩한 것도 바로 그들이다.
피, 땀, 눈물, 그리고 자기희생으로 평생을 지낸 온 90년대 한국의 보통 아저씨와 아줌마들. 그들이야 말로 근세 한국에서 가장 위대한 세대일지도 모른다는 찬사다.
1억에 가깝다고 한다. 그 엄청난 수자의 중국인들이 해외나들이에 나선다. 그들은 한국에서, 미국에서, 유럽에서 또 뉴질랜드에서 무엇을 보고 돌아갈까. 오직 명품뿐일까. 서구 사회 특유의 개방성, 서비스 마인드 등에도 눈을 뜨지 않을까.
이제 시작된 중국인들의 해외 나들이. 그 인간 대이동을 좀 더 긴 안목에서 지켜보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