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팬들이 기다려온 가을야구가 마침내 시작됐다. 가을은 추수의 계절이다. 이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리는 프로스포츠가 바로 야구다. 봄에 정규시즌을 시작해 뜨거운 여름을 거쳐 가을에 접어들면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팀들이 가려진다. 플레이오프 팀들은 10월 한 달 동안 월드시리즈 챔피언을 향한 치열한 경쟁에 돌입한다.
메이저리그 30개팀의 선수들이 기나 긴 정규시즌동안 비행기에 몸을 싣고 동서와 남북을 가르며 장장 162경기를 치르는 것은 바로 가을야구 때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야구는 팀 스포츠이다. 아무리 개인 성적이 뛰어나도 가을추수를 못한다면 그 빛과 의미는 반감된다. 승리만이 스포츠의 지고선이다.
그래서 일부 스타선수들은 자신의 몸값보다 우승 가능성이 있는 팀을 골라 계약하기도 한다. 야구만이 아니라 모든 스포츠가 다 그렇다. ‘농구 킹’ 르브론 제임스가 클리블랜드 고향 팬들의 애원을 뿌리치고 마이애미를 선택한 것은 바로 챔피언의 꿈 때문이었다. NFL 쿼터백 댄 마리노는 무수한 기록들을 갈아치운 수퍼스타였지만 그에게는 수퍼보울 반지가 없다. 마리노에게는 이것이 항상 꼬리표처럼 따라 다닌다.
포스트시즌 진출과 우승은 프로선수들에게 자존심이고 자신들의 커리어를 규정해 주는 시그니처이다. 위대한 선수는 위대해서, 또 평범한 선수들은 평범하기에 포스트시즌의 영광이 필요한 것이다.
다저스가 4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그동안 다저스의 부진 때문에 좌절하고 마음고생 심했던 홈팬들은 한껏 흥분된 표정들이다. 특히 자랑스러운 류현진 선수가 포스트시즌 마운드에 서는 것을 보게 된 한인들의 마음은 더 설렐 수밖에 없다.
가을야구는 예측불가능성 때문에 한층 더 흥미롭다. 단기 시리즈인 만큼 실력 외의 변수들이 많이 작용한다. 그래서 가장 뛰어난 팀이 아니라 가장 뜨거운 팀, 그리고 운이 좋은 팀이 우승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이 말의 신빙성은 메이저리그 역사가 증명한다.
2006년 시즌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는 정규시즌 83승이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포스트시즌에 턱걸이 진출해 월드 시리즈 우승까지 했다. 그 해 카디널스보다 성적이 더 좋았음에도 가을야구에 나서지 못한 팀이 5개나 됐다. 와일드카드 제도가 도입된 이후 월드시리즈까지 진출한 와일드카드 팀은 모두 10개이며 이 가운데 5개 팀이 챔피언에 올랐다. 그러니 가을야구는 실력보다 운명이라는 말이 실감난다.
다저스는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첫 시리즈를 벌인다. 정규 시즌 상대 전적에서는 다저스가 열세다. 그러나 단기시리즈에서 가장 중요한 믿을만한 투수진이 있는데다, 정규시즌 상대전적이 포스트시즌에서는 뒤바뀐다는 징크스가 있어 분위기는 좋다. 1988년 월드챔피언에 올랐던 다저스는 내셔널리그 시리즈에서 뉴욕 메츠와 만나 7차전까지 가는 승부 끝에 승리했다. 그해 다저스의 정규시즌 메츠와의 상대전적은 1승11패였다.
드디어 1차전이 열리는 3일이 밝았다. ‘야구의 신’은 이번 가을 누구의 손을 들어줄 것인가. 그 선택이 자못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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