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년 중국역사를 어떻게 보아야 하나. 여러 시각이 존재한다. 그 중의 하나는 농경민족과 유목민족과의 항쟁사란 관점이다.
천고마비(天高馬肥)란 말도 여기서 비롯됐다. 하늘이 높다. 가을이다. 여름 내 잘 먹은 말은 충실해진다. 그 말을 타고 북방민족이 노도같이 침공해온다.
농경민족인 중원의 한(漢)족으로서는 악몽이다. 어떻게든 침공을 막아야 한다. 그래서 수 천 년에 걸쳐 이룩된 게 만리장성이다.
그 만리장성 남쪽 바로 아래에 한 때 ‘연운16주’로 불린 지역이 있다. 동서로 600킬로미터, 남북으로 200킬로미터에 이르는 산악지대다. 오늘 날 천진에서 북경, 하북성 북부, 산서성 북부를 포함하는 지역이다.
이 지역은 말하자면 장성(長城)이라는 최종 군사방어선의 배후 주요 거점을 이루고 있다. 험준한 산세의 이 지역은 천연적인 군사방어벽이다. 이 지역을 지나면 펼쳐지는 것은 황하에 이르기까지 천리에 이르는 망망한 평원이다.
이 연운 16주를 잃는다는 것은 그러므로 기마민족인 북방 유목민에게 한족의 중원을 활짝 열어 준다는 것을 의미 한다.
AD 936년. 5대10국으로 불리는 시대의 단명 왕조의 하나인 후당(後唐)에서 군사반란이 발생한다. 절도사 석경당이 정권탈취를 위해 거병을 한 것이다. 그러나 군사력이 열세다.
석경당은 한 가지 꾀를 낸다. 장성 이남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던 거란의 야율광덕에게 원조를 요청한 것이다. 스스로를 아들이라고 낮추고 막대한 세폐를 바치겠다고 했다. 거기다가 연운 16주로 불리는 지역을 바치겠다고 제의한 것이다.
거란의 도움으로 석경당은 찬탈에 성공한다. 그렇게 해서 세운 것이 후진(後晋)이다. 후진의 고조(高祖)가 된 그에게 그러나 치욕적인 별명이 따라붙는다. ‘아들 황제’라는.
이후 400여 년 동안 이 연운 16주는 한족으로서는 비원의 땅이 된다. 그 땅의 수복을 위한 노력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번번이 허사다. 그리고 이 지역을 통과한 북방민족의 말발굽 아래 중원이 짓밟히면서 수세기에 걸친 북방 이민족 지배시대를 맞게 된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논란이 또 다시 불거졌다.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와 관련,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에 동조하는 발언을 했다”고 국회증언을 하면서다.
같은 문건이다. 그 보는 시각과 해석이 그러나 서로 다르다. 노 전 대통령이 NLL 포기를 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여전히 만만치 않은 것이다.
관련해 한 가지 질문이 떠올려진다. 노 전 대통령은 후대 역사에서 어떤 평가를 받을까하는 것이다. 결국 그 평가의 키는 NLL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했는가에서 찾아지는 것이 아닐까.
그런 점에서도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이 사라진 사태의 진상은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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