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나섰다. 두 개의 행사가 우연히 겹쳐있었다. 교통체증을 뚫고 우선 첫 행사 장소에 겨우 도착했다. 골프협회의 시상 장소다. 연회장 입구부터 알 만한 사람이 없었다. 협회 회장, 사무총장과 인사한 후 주위를 둘러보았다. 모두가 골프대회 후인지라 넥타이 매고 정장한 사람은 나밖에 없는 듯하였다. 민망했다. 앞에 앉아있던 어떤 분과 악수 한 후 그 장소를 부리나케 뛰쳐나왔다.
모든 것이 생소했다. 정장한 내가 그렇고 거기 와 있던 분들은 대개가 일면식도 없는, 전혀 모르고 본 적도 없는 그런 분들이었다. 그만큼 내가 늙어버린 것이다. 아마도 그래서 쫓겨나듯 부랴부랴 나와 버렸는지도 모른다.
‘두 번째 장소로 갔다. 차로 20분정도 거리였다. 벌써 식순이 시작되었는지 모두가 연회장을 꽉 메우고 앉아있었다. 청소년재단 20주년 기념행사였다. 아무데나 조금 앉아있다 나오려는데 재단 현직 임원이 앞자리 어딘가로 안내했다. 전직회장단 자리였다. 위로 선배회장님, 아래로 후배회장들과 목례로 인사한 후 꽉 메운 연회장 좌석을 둘러보았다. 모두가 생소한 얼굴이었다. 그리고 젊다.
대개가 아들, 딸 뻘 되는 청소년들이다. 유창한 영어와 우리말. 이중언어로 식이 진행되었다. 예전과는 다른 한인사회 행사 풍경이다. 옛날에는 영어 몇 마디 하면 빈정대던 한인언론도 있었다. 이제는 당연시되는 세태가 되었다. 그만큼 미주한인 단체연혁이 쌓인 것이다. 저녁을 잘 먹은 후 다음날 일 때문에 일찍 일어나야 한다고 핑계를 댄 후 빠져나왔다.
“선배님의 시대는 지났다”고 정색을 하고 대들듯 말하던 어느 후배가 생각난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세상이 노인들을 참 허망하게 만들고 있다는 섭섭함을 지우기 힘들다. 스스로만의 생각인지 몰라도 그런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