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르던 시절이 있었다. 각종 지표로 보나 역사적 주택 시장의 흐름으로나 이렇게 빠른 속도로 집값이 오르는 것은 정당화 될 수 없다는 경고가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왔으나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집값은 계속 올랐다.
처음 이런 경고에 귀를 기울이던 사람들도 한 해가 가고 두 해가 가도 연일 오르기만 하자 더는 못 참겠다는 듯 주택 투기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래도 집값은 올랐고, 노다운에다 융자 서류까지 허위로 꾸며 집을 사 떼돈을 번 사람들은 자신들의 혜안에 스스로 놀라며 쾌재를 불렀다. 그 결과가 어땠는지는 되풀이 말할 필요도 없다. 불과 5~6년 전 이야기다.
사람들은 2008년 금융 위기의 원인으로 월가의 탐욕과 연방 은행의 무능을 탓하지만 그들에게만 책임을 전가할 수는 없다. 한 채 한 채의 집을 사 부동산 버블을 부풀게 한 사람은 결국 개개인이기 때문이다. 일단 집단적인 광풍이 불기 시작하면 개개인이 그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버티기는 매우 어렵다.
지난 부동산 버블이 특히 놀라운 것은 90년대 말부터 2000년까지 불었던 하이텍 버블이 터지자마자 발생했다는 점이다. 수년 동안 날이면 날마다 오르다 어느 순간 터져버린 하이텍 버블은 부동산 버블과 발전 양상과 붕괴 과정이 너무나 닮았다. 하이텍 버블로 수많은 사람들이 패가망신을 하는 것을 보고 그것이 끝나자마자 또 부동산 버블이 부풀었다는 것은 대다수 인간의 학습 능력을 의심하게 만든다.
요즘 LA 한인 타운 집값이 심상치 않다. 부동산 경기 회복은 전국적인 현상이지만 코리아타운 일대의 집값 상승은 10년 전 부동산 거품이 부풀던 때를 연상시킨다. 지난 6월 매매된 LA 카운티 콘도의 중간 가격은 38만1,000달러로 전년에 비해 33% 올랐지만 한인 타운 북부 90020지역의 경우 1년 전에 비해 무려 102.3%가 상승했다.
물론 이 지역 집값이 다 2배가 된 것은 아니고 작년에 비해 비싼 집이 많이 팔려 크게 오른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90019지역은 53.6%, 90036지역은 73.6%가 뛴 걸 보면 집값 상승세가 거세다는 것은 의심할 수 없다. 이 지역에 괜찮은 집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요즘 에이전트들로부터 수많은 전단지와 전화를 받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아직까지는 그동안 워낙 떨어졌던 집값이 경기 회복과 함께 정상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주택 구입자 중 상당수가 삶의 보금자리를 마련하려는 실수요자가 아니라 투자가 그룹이고 싸게 샀다 곧 되파는 ‘주택 플리퍼’(flipper)가 다시 등장하고 있는 것은 우려할만하다. 요즘 같은 주택 급등세가 수년 간 계속된다면 부동산 버블과 이로 인한 금융 위기가 다시 오지 말란 법도 없다.
‘사는 사람이 주의해야 한다’(caveat emptor)는 로마 시대부터 내려오는 오래된 격언이다. 주택 광풍에 휘말려 평생 모은 재산을 날리고 남에게도 피해를 주는 일이 다시는 없어야겠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