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비즈니스계의 가장 뚜렷한 움직임은 M&A(merger & acquisition, 기업인수합병)이다. M&A는 한 기업이 다른 기업을 인수하거나 둘 이상의 기업이 서로 합치는 것이다. 기업들이 M&A를 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물론 기본 목적은 성장을 위한 것이다. 서로의 장점을 합쳐 시너지 효과를 도모하기도 하고 ‘규모의 경제’가 안겨주는 이점을 노리기도 한다.
그런데 대부분 M&A가 수많은 전문가들의 오랜 분석을 거친 끝에 내려진 결정일 텐데도 성공하는 경우보다는 실패하는 경우가 더 많다. 지난 수 십 년 사이 가장 떠들썩했던 M&A 가운데 하나는 1998년 자동차 회사인 독일 다이믈러벤츠와 미국의 크라이슬러 간의 합병이었다. 양사의 합병이 발표되자 주주들과 종업원들 모두는 양사에 모두 큰 이익이 될 것이라며 열광적으로 이 소식을 환영했다. 그러나 두 회사의 동거는 10년도 채우지 못하고 끝났다.
이 기간 동안 크라이슬러의 누적된 적자가 다이믈러벤츠의 경영에까지 압박 요인이 된다는 비난이 일었고 구조조정 과정에서 크라이슬러가 일방적으로 피해를 입었다는 불만도 터져 나왔다. 실제로 합병 10년 동안 크라이슬러 일자리는 3분의1이 사라졌고, 당초 60대40으로 약속됐던 양사 경영진 비율도 마지막에는 거의 다이믈러벤츠 일색이 됐다.
컨설팅 전문기업인 AT 커니 조사에 따르면 M&A가 실패하는 원인은 대부분 인수후통합(PMI, post-merger integration)과정을 등한시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합병 후 두 조직의 문화는 자동으로 뒤섞이고 통합되는 게 아니다. 충돌은 일상사가 된다. 이럴 때 중요한 것은 인수 주체가 피인수 기업 경영진과 종업원들을 세심하게 다루고 잘 도닥이는 일이다. 구조조정을 할 때도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면 안 된다.
다이믈러벤츠와 크라이슬러는 문화적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규모 프로젝트를 도입하는 등 철저히 사전 준비를 한 후 통합을 선언했다. 그런데도 두 거대기업의 결합은 결국 결별로 끝나고 말았다. 그만큼 합병은 대단히 정교하면서도 신중한 접근을 요하는 고난도의 작업이다.
한인사회에서도 금융계를 중심으로 합병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몇 년 전 나라은행과 중앙은행 합병을 통해 BBCN이라는 거대 은행이 탄생한 데 이어 윌셔은행과 새한은행이 합병키로 함으로써 또 하나의 대형은행 탄생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동안 한인사회 경제규모에 비해 너무 많은 은행들이 난립하고 개별은행들의 경쟁력이 제한적이었던 상황에서 은행들 간의 합병은 바람직한 움직임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다이믈러벤츠와 크라이슬러의 실패가 보여주듯이 원칙론적 타당성과 현실 간에는 항상 괴리가 있기 마련이다. 그런 괴리를 얼마나 최소화 하느냐에 합병의 성공여부가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경제논리로만 통합과정을 추진하는 것은 실패로 가는 지름길이다. 감수성과 포용 같은 감정적인 배려가 뒷받침 되지 않으면 구성원들은 서로 겉돌 수밖에 없다. BBCN은 합병 초기 시행착오를 거친 후 이제는 조금씩 제자리를 찾아가는 모습이다.
어떤 형태의 결합이든 그것이 성공하려면 물리적인 형태에 머물지 않고 화학적 융합이 돼야 한다. 기업 간의 합병뿐 아니라 개인들 간의 결혼이 그렇고, 청나라의 명나라 흡수와 이슬람의 이베리아 반도 정복 등이 보여주듯 역사 속 사건들에서도 이런 원칙은 예외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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