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왜란이 없었으면 이순신이란 인물을 후세가 알 수 있었을까. 역사에 가정법은 없다고 한다. 그렇지만 이순신이란 위대한 인간의 됨됨이는 그 전쟁의 참화가 있었기에 알려졌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패색이 짙어간다. 9회 말. 이대로 가다가는…. 점점 초조해진다. 그러다가 모처럼의 기회가 왔다. 과연 해낼까. 무아지경의 상황에서 배트를 휘둘렀다. 그 한 방으로 역전이다.
위기 때 드러난 슬러거의 진면목. 그가 연출한 짜릿함에 사람들은 갈채를 보낸다. 그리고 거기에서 일종의 미학(美學)을 발견한다.
무엇이 그 같은 명승부를 가져왔나. 프로정신이다. 수 만 번 배트를 휘두른다. 그게 일상의 삶이다. 끊임없는 훈련 가운데 그의 근육, 세포 속에는 광속(光束)으로 날아드는 볼을 끊어 치는 타이밍이 기억된다. 그 세포 기억이 위기 순간 되살아나 역전의 드라마를 연출한 것이다.
무엇이 이순신을 이순신이 되게 했을까. 정쟁의 시기였다. 정치과잉의 시대였다. 그러나 무관심으로 일관했다. 그리고 초연히 무인(武人)으로서의 길에만 매달렸다.
그의 삶에서 찾아지는 것은 환경과 시대를 뛰어넘는 철저한 프로 정신이다. 거기에 전략가로서의 천재성이 어우러져 위대한 인간 이순신을 탄생케 한 것이 아니었을까.
날벼락 같은 참사가 발생했다. 아시아나 항공 여객기가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 착륙하다가 활주로에 처박혀 2명이 죽고 180여명이 부상을 입었다.
그 참사 가운데에서 그러나 한 가지 아름다운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본인도 부상을 입었다. 그렇지만 끝까지 기체에 남아 가녀린 몸으로 승객들을 업고 뛰는 등 구조 활동을 편 승무원 이윤혜씨 스토리다.
자신은 돌보지 않았다. 그리고 눈물을 흘리면서도 사람들을 구조했다. 그런 그녀를 월스트리트 저널은 진정한 영웅으로 극찬했다. 무엇이 그녀를 희생적인 구조작업에 몰두하게 했을까.
“비상상황 대비 훈련을 받은 대로 생각이 뚜렷해졌고, 몸도 자동으로 움직였다. 불이 났을 때는 ‘어떡하지’라는 생각보다 빨리 꺼야 한다는 생각만 들었다.” 이인혜씨의 말이다. 여객기 승무원으로서 투철한 프로 정신에서 그 답이 찾아지는 것은 아닐까.
그건 다름이 아니다. 정명(正名)의 삶이다. 관계 속에서의 ‘나’의 위치를 깨닫는다. 그리고 충실히 제자리를 지키는 그런 삶을 말하는 것이다.
시민을 보호하기 위해 총알받이가 된 경찰관. 한 생명이라도 더 구하기 위해 불 속에 뛰어든 소방관. 어찌 보면 당연히 할 일을 한 것이다. 그러나 그들에게 갈채가 쏟아진다. 위기에서도 묵묵히 제자리를 지켜낸 그 삶이 너무 아름답기 때문이다.
목숨이 경각에 달려있는 재난 속에서도 직업인으로서 책무를 다하려고 안간힘을 쓴 이윤혜. 소임을 다한 그녀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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