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발발 63주년을 맞은 25일 서울은 북한 때문에 다시 시끄럽다. 국정원이 2007년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을 전격 공개했기 때문이다. 국정원이 2012년 대선 때 직원들을 시켜 댓글 달기 식으로 선거에 개입한 것으로 드러나 검찰 수사와 국정 조사를 받게 된 시점이어서 이번 공개는‘물타기’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회의록에 나온 내용은 자못 충격적이다. 논란이 되고 있는 북방 한계선(NLL) 논란은 차치하고라도 노무현 대통령의 언어와 자세가 대한민국의 대표로서 너무나 품격을 잃었기 때문이다.
노대통령은 국경선을 사실상 무효화하라는 김정일의 제안에 대해“똑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 김 위원장님하고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 NLL은 바꿔야 한다”라고 하는가 하면“아주 내가 핵심적으로 가장 큰 목표로 삼았던 문제를 위원장님께서 지금 승인해 주셨다”고도 했다.
거기다 “남쪽에서도 군부가 뭘 자꾸 안 하려고 하는데 이번에 군부가 개편돼서 사고방식이 달라지고 평화 협력에 대해 전향적인 태도를 갖고 있다”는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군 통수권자가 나라를 지키는 군이 아니라 6.25 때 한국을 침략한 적국의 편에 선 모습인 듯 해 당황스럽다는 사람이 많다.
국경선인 NLL을“이상하게 생긴 괴물”이라고 하는가 하면 “국제법적인 근거도 없고 논리적 근거도 분명치 않은 것”이라는 표현도 썼다. NLL이 괴물이면 이를 지키려다 목숨을 잃은 국군 장병들은 뭐가 되는 것일까.
그는 또 한국 국민들이“NLL 말만 나오면 벌떼처럼 들고 일어난다”며“자세한 내용도 모르는 사람들이 민감하게, 시끄럽긴 되게 시끄러워요”라고 이를 수호하려는 사람들이 잘못인 양 매도했다. 대한민국 헌법과 영토를 지키라고 뽑은 대통령의 발언이 맞나 의심스럽다.
미국의 북한 BDA 은행 계좌 동결에 대해선“미국이 잘못한 것으로 부당한 거 다 알고 있다”면서“제일 큰 문제가 미국”이라고 했다. 몇 해 전 미국 와서는“미국이 아니었더라면 나는 북한 강제수용소에 있었을 것”이라던 모습과는 너무나도 다르다. 그는 또 김정일에게 오후 회담을 해달라고 몇 번이나 부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발언이 공개되자 야당 등 일각에서는 김정일의 환심을 사 남북 평화와 협력을 이루기 위한 것이었다며 이를 옹호하고 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라면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일 앞에서 무릎 꿇고 빌어도 좋다는 것인가. 북한이 한국을 우습게 보고 회담 대표를 두 급이나 내려 보내는 이유를 알만하다.
이 회의록에는 2000년 김대중과의 정상회담 이야기도 나온다. 김정일은“합의문 만들어 봐야 빈 종이 짝밖에 더 되겠느냐고 했는데 김대중 대통령이 절대 그럴 수 없다고 좋은 거 하나 내자고 자꾸 독촉을 해서 6·15 공동선언이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남쪽은 조르고 북한은 인심 쓰듯 허락하는 패턴이 이 때부터 시작된 것일까.
평화는 소중한 가치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그게 다라면 이순신을 비롯, 나라를 지키기 위해 싸우다 죽은 순국선열은 뭐가 되는가. 다시는 이 같은 대통령의 발언이 나오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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