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브라더’가 당신을 감시하고 있다.” 조지 오웰의 ‘1984’에 나오는 유명한 구절이다. 암울한 미래를 그린 소위 ‘디스토피아’ 소설의 대명사인 이 작품에서는 정부가 감시 카메라로 온 국민을 24시간 감시한다. 국민들은 꼼짝없이 정부 명령에 복종할 수밖에 없다. 자칫 잘못하다간 언제 어디서 무슨 죄로 체포돼 어떤 벌을 받을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1949년 이 소설을 쓴 오웰은 그 후 30여년이 지나면 그런 세상이 오지 않을까 염려했으나 다행히 이는 기우에 그쳤다. 1984년이 한참 지난 지금까지 아직 지구상에 ‘1984’에 나오는 나라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그의 예상이 완전히 빗나간 것은 아니다. 그가 살던 세상과 비교하면 지금은 대다수 문명국가에서 대부분의 국민들이 감시 카메라의 렌즈 아래 노출된 삶을 살고 있다.
감시 카메라가 제일 많이 설치된 나라는 공교롭게 오웰의 고향인 영국이다. 영국 전체에 설치된 감시 카메라는 420만대로 추산되고 있는데 이는 국민 14명에 한 대 꼴이며 국민 한 명이 하루에 70번 카메라에 찍힌다고 한다.
한국에도 280만대의 감시 카메라가 있는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는 국민 18명에 한 대 꼴이다. 거기다 한국에는 웬만한 차마다 블랙박스가 장착돼 있고 5,000만 인구 중 3,000만 명이 스마트 폰으로 수시로 사진을 찍고 있어 감시당하는 확률은 영국보다 크면 컸지 적지는 않을 것이다.
이처럼 감시 카메라가 많은 바람에 사생활 침해 우려가 일고 있지만 범죄 억제 효과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2005년 런던 지하철 테러 범인을 신속히 체포할 수 있었던 것도 범인 얼굴이 감시 카메라에 찍혔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도 감시 카메라의 위력은 지난 15일 보스턴 마라톤 테러범 검거에 유감없이 발휘됐다. 사법 당국은 범행 사흘 만에 감시 카메라에 찍힌 용의자 사진을 공개했고 이는 범인 체포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
테크놀로지의 발달로 감시 카메라의 성능도 나날이 개선되고 있다. 런던 테러 때는 경찰이 카메라 테입을 일일이 눈으로 보고 확인해야 했지만 요즘은 수상한 동작을 하는 사람이나 길거리에 버려진 패키지를 골라내는 기능을 가진 프로그램도 있다.
이처럼 감시 카메라가 범인 검거에 혁혁한 공을 세우면서 그 설치에 찬성하는 미국인들이 급속히 늘고 있다. 뉴욕타임스가 최근 실시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78%가 이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 프라이버시보다 안전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테러리스트들이 더 날뛰면 날뛸수록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은 늘어날 것이다. 테러리스트들이‘1984’의 세상이 현실화되는 것을 부추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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