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한인타운에 사는 한인 노인들은 영어를 못해도 별 불편함이 없다. 노인 아파트의 이웃들이 대부분 한인이니 말동무가 아쉽지 않고, 한인 운영 마켓, 식당, 미용실, 약국, 병원 등이 줄지어 서있으니 의사소통 걱정이 없다. 특히 주말마다 한인교회에 나가면 여기가 한국인지 미국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이다. 몸은 미국에 살아도 정서적으로는 ‘한국인’이다.
한인타운 인근에 정서적으로 대단히 비슷한 커뮤니티가 있다. 이스트 할리웃에 자리잡은 아르메니안 커뮤니티, 바로 리틀 아르메니아이다. 할리웃이나 글렌데일 등 아르메니안 밀집지역의 이민1세들 역시 영어 한마디 못 해도 미국생활에 불편이 없다. 아르메니안 운영 상점, 병원, 미용실, 자동차 정비소 등 시설을 이용하고 동족들끼리 어울리며 이민생활을 즐긴다.
한인들이 악착같이 일해 돈 모으고, 자녀 교육열 대단해서 ‘제2의 유태인’이라는 말을 듣는다면 아르메니안 역시 마찬가지다. 자영업으로 억척스럽게 돈 벌고 자녀들을 의사 ? 변호사 만들기 위해 무섭게 공부시키는 분위기가 한인 비슷하고 그들 역시 ‘제2의 유태인’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가족애 강하고 가부장적 풍토 강한 것, 그리고 무엇보다 한의 정서가 있다는 점에서 한인과 아르메니안은 또 유사하다. 한민족에게 분단과 이산의 아픔이 크지만 아르메니안이 겪어온 역사적 아픔은 그 차원이 다르다.
노아의 방주가 있었다는 아라랏 산 근방에 거주하며 한때 강력한 문명국을 형성했던 아르메니안은 301년 기독교를 국교로 정하면서 고난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주변의 이슬람 제국들의 끊임없이 침략을 했다. 지금 아르메니안들에게 가장 뼈아픈 비극은 1915년 4월24일 시작된 인종청소. 오토만 제국(지금의 터키)에 살던 아르메니안 300만 명 중 100만~200만 명이 죽임을 당한 대학살 사건이다. 이때 살아남은 사람들이 러시아, 미국 등 세계 각 곳으로 흩어지면서 아르메니안 디아스포라를 이루고 있다.
강한 민족적 자부심과 역사적 비극으로 생긴 한 - ‘우리가 남이가’ 식의 결속력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이들을 어떻게 끌어안을 것인가가 LA 시의원 선거 존 최 후보 진영의 고민이다.
최후보가 출마한 제13지구의 예비선거 결과를 보면 백인인 미치 오파렐 후보 4,530표, 최 후보 4,008표. 그리고 아르메니안인 샘 크부시안 후보가 2,731표를 얻었다. 전혀 무명이었던 그가 의외로 선전한 것은 아르메니안 커뮤니티가 똘똘 뭉쳐 지지해준 결과이다.
최 후보와 오파렐 후보의 승패는 결국 공중에 뜬 2,700여 아르메니안 표를 누가 더 많이 확보하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셈. 후보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잡음들이 터져 나오고 있다. 지난주 최 후보 진영 자원봉사자들은 가가호호 방문 중 총기로 위협을 받기도 했다.
그렇다면 선거결과는 전적으로 아르메니안의 손에 달린 것인가. 최 후보 선거운동본부의 김영지 수석보좌관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는 한인들의 지지를 먼저 당부한다. 13지구 한인 유권자는 3,300명. 예비선거에서 최 후보가 얻은 표는 1,000표. “나머지 2,300표는 어디로 갔을 까” 김 보좌관은 생각할수록 안타깝다.
LA시 163년 역사상 최초의 한인 시의원 탄생은 남의 손에 달린 것이 아니다. 일차적으로 우리의 표, 코리안 표가 결정한다. 13지구 한인들이 좀 더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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