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카에다’라면 아라비아나 아프리카의 시골을 근거로 하는 원시적 테러 집단의 이미지가 떠오르지만 이들도 인터넷 영어 신문을 갖고 있다. 어울리지 않게‘영감을 불어 넣는다’라는 뜻의‘Inspire’가 신문 이름이다.
2010년 이 신문에 ‘어머니 주방에서 폭탄 만들기’라는 기사가 실렸다. 이 글은“압력 밥솥이야말로 가장 효과적인 폭탄”이라며“밥솥 안에 금속 파편을 붙여라”고 조언하고 있다.
압력 밥솥은 높은 압력으로 빠른 시간 내 음식을 조리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그 안에 폭약과 금속 파편을 넣고 타이머를 붙이면 주방 폭탄은 완성된다. 타이머도 달걀을 익힐 때 쓰는 에그 타이머를 쓰면 되니까 그야말로 주방 폭탄이다. 이 폭탄 제조법은 인터넷을 뒤지면 금방 구할 수 있다.
알 카에다는 이렇게 만든 폭탄을 아프가니스탄과 인디아, 네팔과 파키스탄 등 광범위한 지역에서 사용해 왔다. 미국에서도 2010년 미국 시민인 파이잘 샤자드가 차 안에 이 폭탄을 설치하고 터뜨리려 했으나 연기만 나고 불발에 그쳤다.
이 간단한 폭탄이 얼마나 위력적인가를 미국인들은 지난 15일 보스턴 마라톤 테러로 생생히 경험했다. 2개의 폭탄이 터져 3명이 죽고 170여명이 부상당했다. 사망자 중에는 앞길이 창창한 8살짜리 소년과 중국에서 유학 온 23살짜리 여성 보스턴 대학원생이 포함돼 있다.
사망자에 비해 부상자가 이렇게 많은 것은 폭탄이 죽이기보다는 최대한 부상자가 많이 나오게 설계돼 있었기 때문이다. 땅바닥에 있던 폭탄이 터지면서 대부분이 생명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상체보다 하체에 상처를 입었다.
죽은 사람도 물론 안 됐지만 더 딱한 것은 마라톤 구경나왔다 졸지에 다리가 잘린 사람들이다. 지금까지 최소 9명의 다리가 잘렸으며 두 다리를 모두 잃은 20대 청년도 있다. 이들은 평생 불구자로 살아야 한다.
얼마 전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상대방을 폭행해 하반신을 마비시킨 인간에게 하반신을 마비시키라는 형벌을 내렸다고 하는데 이번 보스턴 테러범에게도 주방폭탄을 옆에서 터뜨린 후 두 다리를 절단하고 평생 감옥에서 살게 하는 방안을 검토해볼만 하다.
주방폭탄 제조법이 알 카에다 영문 잡지에 실렸다는 사실만으로 이번 범행을 알 카에다 소행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당국은 이 폭탄이 누구나 쉽게 제조할 수 있고 아직까지 아무도 자신이 범행을 저질렀다고 나오지 않은 것으로 봐 테러 조직보다는 단독범이나 몇몇 개인의 소행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범인이 누구든, 어떤 목적으로 일을 벌였건, 이런 천인공노할 범죄를 저지른 인간은 천벌을 받아 마땅하다. 제대로 꽃도 피워보지 못하고 저 세상으로 간 사망자 유가족과 부상자들에게 멀리서나마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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