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무에게 배운다 니시오카 쓰네카즈 구술 최성현 옮김ㆍ상추쌈 발행ㆍ216쪽
일본 나라현에 있는 절 호류지(法隆寺)는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7세기 목조건축물이 남아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1949년 내부 수리 중 어처구니 없게 불타버린 이곳 금당의 벽화를 고구려 승려 담징이 그렸다고 배워와 한국인들도 웬만하면 모두 기억하는 절이다.
<나무에게 배운다>는 대대로 호류지 수리를 맡아온 집안에서 태어나 20대 후반에 대목장이 되어 살아온 장인이 나무의 생명력과 가치, 절을 짓는 목수의 마음가짐과 전통장인의 교육 방법 등에 대해 이야기한 책이다. 그의 구술을 작가인 시오노 요네마쓰가 정리했다.
평생 절을 짓고 고쳐온 그가 제대로 된 목재로 여기는 것은 일, 이천년 된 히노키(편백나무)다. 그것을 길게는 수십 년 잘 말려서 불심을 담아 파고 깎아 세우고 맞춘다. ‘나무는 대자연이 낳고 기른 생명’이라며 ‘말 없는 나무와 이야기를 나눠 가며 나무를 생명 있는 건물로 바꿔 가는 것이 목수인 우리가 하는 일’이라는 이 장인의 태도는 일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분업을 철칙으로 알고, 빨리 만들기를 은연중 강요하는 현대 건축과는 전혀 다르다.
나무를 매만지며, 절을 지으며, 목수 제자들을 가르치며 느낀 그의 생각들은 단지 전통건축의 정신만이 아니라 삶의 태도를 담고 있다. ‘성깔이라는 것도 나쁘다고만 할 것이 아니라 사용하는 방법에 달린 문제’라며 무조건 부드러운 것보다는 성깔이 있는 게 더 좋고 그 개성을 파악해서 살려 쓰는 쪽이 강하고 오래간다고 말한다. 도덕경에서 노자가 ‘유약승강(柔弱勝强)’이라고 한 것과는 다르지만 새겨 들을 만하다.
하지만 절처럼 큰 건축물을 신심으로 짓는 목수의 일에 대한 긍지가 넘친 나머지, 일반집 짓는 일이나 그런 일을 하는 목수를 돈벌이만 밝히는 사람으로, 또는 설계를 하는 건축사를 속은 모르고 겉모양만 챙기는 사람으로 대놓고 무시하는 건 좀 아니다 싶다. 그가 ‘제힘으로, 스스로 생각하고 습득해 가는 것’이라며 도제제도를 높이 평가하는 대목에서는 그 교육의 좋은 면만 보려는 편협함도 묻어난다.
‘편백나무는 목재가 돼서도 살아 있다’면서 ‘천 년이 지난 뒤에도 대패질을 해 보면 좋은 냄새가 난다’고 ‘오래된 목재’를 ‘보물’이라고 말할 때는 안타깝다는 생각도 든다. 진짜 보물은 베어낸 목재가 아니라 ‘오래된 나무’일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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