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의 정전 60주년을 맞는 우리의 조국이 또다시 전쟁의 위험에 직면해있다는 최근 언론의 보도에 삶의 둥지를 미국으로 옮긴 지 벌써 30년을 훌쩍 넘긴 필자가 그러나 아직도 조국을 사랑하는 뜨거운 마음을 가눌 길 없어 착잡한 마음으로 문제의 근원이 무엇인지, 아니 보다 근본적인 문제의 핵심이 무엇인지, 그 진실에 접근해 보려고 한다.
미국의 인쇄 및 전자매체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다시 전쟁의 먹구름에 휩싸인 한반도”라는 보도의 요점은 최근 시작된 미국과 남한의 합동군사훈련에 대해 북한이 철저한 응징을 선언했다는 것이다.
평화로운 미국에 살고 있는 우리 한인 이민 1세들이 떠나온 한반도, 그 곳은 1950년 이래 줄곧 전쟁과 평화가 맞서고 있는 갈등의 땅이며, 죽음과 생명이 엇갈리는 모순과 비극의 틀 속에 악순환을 계속해 오고 있다. 수많은 남과 북의 젊은이들이 분단의 철책을 사이에 두고 저마다 “내 조국, 내 땅을 지킨다”고 서슬이 퍼렇게 총칼을 겨누고 있다.
우리의 조국 남북의 형제들은 얼마전, 일제의 저 포악했던 압제에 맨 손으로 궐기하여 “우리조선의 독립국임과 조선인이 자주민임을 선언한” 그 날을 기리지 않았는가?
“구시대의 유물인 침략주의 강권주의의 희생을 만들어 유사이래 수천년에 처음으로 타민족 침략과 압제의 고통을 당한지 어언 10년이 지났다….”
“오호라, 예로부터의 억울함을 떨쳐 버리려면, 지금의 괴로움으로부터 벗어나려면, 앞으로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나려면, 겨레의 양심과 나라의 체모가 도리어 짓눌려 시들 것을 지우려면, 사람마다 제 인격을 올바르게 가꾸어 나가려면, 가엾은 아들딸들에게 괴롭고 부끄러운 유산을 물려주지 아니하려면, 자자손손이 완전한 경사와 행복을 길이 누리도록 이끌어 주려면, 가장 크고 급한일이 겨레의 독립을 확실하게 하는 것이니….”
겨레의 독립을 확실하게 하는 것은 바로 한반도의 평화와 나아가서 동북아의 평화와 연결된다는 것을 천명했다. 랍게도 94년전 우리 1919년의 독립선언문은 동양의 평화와, 더 나아가서 세계평화를 언급하고 있다. 우리민족의 자주독립이 동양의 평화와 세계평화에 필수조건이라는 것이다.
“아아, 새천지가 눈앞에 전개하는도다. 힘의 시대가 가고 도의의 시대가 오는도다…. 새봄이 온누리에 찾아들어 만물의 소생을 재촉하는도다. 얼어붙은 얼음과 찬눈에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는 것이 저 한때의 형세였다면, 화창한 봄바람과 따뜻한 햇볕에 원기와 혈맥을 떨쳐펴는 것은 오늘의 형세이니, 하늘과 땅에 새기운이 되돌아오는 때를 맞고 세계변화의 물결을 탄 우리는 아무 머뭇거릴 것 없으며 아무 거리낄 것 없도다….”
정말 아름다운 선언이었다.
우리는 다시 궐기해야 한다. 1919년 저 파고다 공원의 독립선언 함성이 분단에 찌든, 그래서 남북의 대결이 우리의 생존인 것처럼 남북대결구도의 현상유지에서 이익을 얻고 있는 세력에 맞서 궐기해야 한다. 그래서 휴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시키고, 한미전쟁연습과 같은 도발을 즉시 중단해야 한다.
통일은 북한의 특정세력의 이익이 아니라 집권세력의 이익을 위해 볼모로 잡혀있는 북한의 2천5백만 동포들을 동족애로 끌어안아 한민족으로서 평화와 번영의 동반자가 되자는 아름다운 꿈이다. 그러나 통일을 말하면 종북이라고 매도를 한다. 남북대결의 현상유지를 통해서 이익을 얻는 악어들과 그들에 기생하는 악어새들의 반북 교조주의의 교향악에 이성을 빼앗긴 영혼들이 이제 깊은 잠에서 깨어나 진실에 눈을 뜰 때가 되었다. 외세의 위협에 인질로 잡힌 북녘의 우리 2천5백만 동포들을 뜨거운 가슴에 안는 동포애가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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