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1마일에 달하는 미국과 멕시코 사이의 국경 지대는 대부분 황무지다. 여름에는 차를 타고 지나가도 숨이 막힌다. 이중 580 마일 구간에 펜스가 쳐 있다. 나머지 구간도 국경 경비대가 정기적으로 순찰을 돌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이런 삼엄한 경비를 뚫고 맨발로 미국에 건너온다는 것은 보통 사람은 하기 힘든 일이다. 가난하고 부패한 나라에 태어난 것을 운명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자신과 자신의 후손을 위해 목숨을 걸 각오가 있는 사람만 할 수 있다.
실제로 매년 많은 멕시코 인이 국경을 넘다 목숨을 잃고 있다. 지난 13년간 밀입국 하다 사망한 사람 수는 5,000명으로 추산된다. 국경 지대 중 특히 악명 높은 곳은 애리조나의 바보키바리 산악 지대다. 워낙 험난한 곳이라 경비도 덜 하다. 그래서 이 길을 택하는 사람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여름의 폭염과 겨울의 강추위로 아사와 동사하는 이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렇게 죽을 고생을 하고 미국에 온 멕시코 인들이 하는 일이란 농장 노동 아니면 건축장의 인부, 식당 종업원, 청소 등 막일이 거의 전부다. 아무리 신문에 광고를 내도 토종 미국인들은 응모조차 하지 않는 직종이다. 밀입국자가 없다면 미국 농업은 마비된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들은 미국 경제가 돌아가는데 필수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연방 정부는 이들의 입국을 막고 잡아가두고 강제 송환하는데 연 수십억 달러를 쓰고 있다. 아들 부시 대통령 시절에는 미 멕시코 국경 전역에 펜스를 설치해야 된다는 비현실적인 법안까지 연방 의회에 올라왔다. 어리석어도 정말 어리석은 일이다.
그나저나 이런 노력이 앞으로는 헛수고가 되게 생겼다. 작년을 기점으로 멕시코로부터 미국으로의 순유입은 제로로 떨어졌다. 미국의 장기 불황과 단속 강화, 멕시코 출산율의 저하와 생활수준 향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미국으로 들어오는 멕시코인과 멕시코로 나가는 멕시코 인 수가 같아진 것이다. 이같은 추세가 계속된다면 지난 40년간 계속된 멕시코 인구의 대거 유입시대는 끝났음을 의미한다.
1,200만으로 추산되는 밀입국자들은 대체로 건강하고 젊은 사람들이다.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소셜 시큐리티와 메디케어를 위한 재원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돈을 주고라도 노인들을 부양할 노동자들을 수입해 와야 할 형편이다. 이들의 체류 신분을 합법화하고 세금을 걷는 것보다 더 좋은 재정 확보 정책은 없다.
불법체류자의 신분 합법화는 인도주의와 미국의 국익이 일치하는 드문 예의 하나다. 이에 줄기차게 반대해 오던 공화당도 최근 마침내 입장을 바꾼 것 같다. 공화당 보수파의 선두주자인 랜드 폴이 이번 주 합법화 지지 의사를 밝혔다. 이같은 입장 선회는 인도주의와 국익보다는 라티노 표 없이 대선 승리가 불가능하다는 계산 때문인 것 같지만 어쨌든 반가운 소식이다. 한인을 비롯한 불체자들에게 올해는 오랜만에 희망을 품어볼만한 해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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