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 40년 전 한국의 한 언론인은 ‘골프 망국론’이란 논설을 써 유명세를 탔다. 그런 그가 골프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이렇게 한탄했다고 한다. “왜 진작 골프를 하지 않았던가.”
욕심 부려서 되는 게 아니다. 힘이 들어갔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순리대로 해야 제대로 된다. 그 골프의 묘미에 빠져든 것이다. 그러면서 골프예찬론자로 바뀐 것이다.
골프는 한국의 보통사람들에게 어떻게 비쳐질까. 한 때는 특권층의 전유물로 생각됐었다. ‘골프 망국론’이란 논설이 나온 70년대가 바로 그런 시기다.
그 골프가 한국 대중들의 시선 속에 거부감이 덜한 스포츠로 자리 잡게 된 것은 1998년 박세리가 LPGA US오픈에서 우승한 이후가 아닐까 싶다. 외환위기의 충격으로 실의에 빠져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박세리의 우승은 희망의 불을 지피게 했던 것.
골프는 그러나 한국에서는 여전히 ‘부자 스포츠’란 인식이 강한 편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부자 하면 떠오르는 것으로 조사 대상자의 64%는 고급 승용차를 들었다고 한다. 부동산 투기가 52%이고 골프는 45%로 3위를 차지 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때문인지 한국형 구설수에서 단골 메뉴로 오르는 게 골프다. 금융스캔들이 터진다. 그럴 때마다 빠지지 않는 스토리의 하나가 골프접대다.
수재가 났다. 전국이 아우성이다. 그 와중에 골프를 치러간다. 스캔들로까지 비화된 것은 아니지만 비정상에 가까운 골프애호로 낙마한 총리, 장관 등 정치인이 하나 둘이 아니다.
골프가 또 말썽이 되고 있다. ‘핵 불바다’니 ‘제2의 조선전쟁’을 운운 하면서 전투동원태세 명령을 내린다. 김정은 북한체제가 보이고 있는 망동이다. 안보가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그 상황에서 군 고위간부들이 주말을 맞아 대거 골프장을 찾은 것이다.
이를 반드시 부정적 시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그런 시각도 있을 수 있다. 그들도 쉴 권리가 있다. 또 일사불란(一絲不亂)을 외치는 군사 권위주의 시대도 아닌 마당이니까.
그렇지만 군의 사기라는 측면에서 볼 때 현역 군 간부들의 떼거리 라운딩은 어처구니없는 해프닝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이 정황에서 누가 가장 힘든가. 일선의 장병들이다. 휴가, 외출, 외박이 모두 금지된다. 극심한 긴장 속에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가 말이 아닌 것이다.
군은 사기를 먹고 자란다. 때문에 지휘관에 대한 신뢰와 존경은 군의 생명이다. 군의 지휘관이 신뢰를 잃으면 군 기강이 올바르게 유지될 수 없다.
이런 점에서 군 간부들의 주말 골프행락도 문제지만 진짜 문제는 63만 대한민국 국군을 지휘하는 국방장관 인선이 아닐까. 온통 상처투성이다. 천안함 폭침 직후에는 골프를 치러갔다. 연평도 포격 직후에는 일본 온천여행을 갔고. 거기다가 ‘무기중개상 근무 경력’도 지니고 있다.
그 김병관 국방장관 후보자가 장관이 됐을 경우 과연 ‘영(令)이 설 것’인지 의구심이 들어서다. 말 그대로 안보가 위중한 이 시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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