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별로 유산소 운동의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거나 나타나지 않는 차이는 특정 유전자와 관련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제아무리 유산소 운동을 열심히 해도 효과를 얻지 못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런가 하면 어떤 이들은 조금만 운동을 해도 금방 티가 난다. 같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피트니스 클럽에서 땀을 빼고 유산소 운동을 해도 결과는 개인차를 보인다. 사람의 몸은 기계가 아니다. 입력한 만큼 정확한 비례치를 출력하지 않는다. 하지만 동일한 조건 값이 주어지면 기계처럼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더라도 비슷한 수준의 결과를 내는 게 기본 원칙이다. 키와 체중, 체형까지 엇비슷한 두 친구가 같은 시간, 같은 강도의 운동을 정기적으로 했는데,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 한 명은 심폐기능이 몰라보게 개선된 반면 다른 한 명에게는 전혀 수고의 표시를 찾아볼 수 없다면 거기엔 분명 무언가 이유가 있을 터이다.
‘동일조건서 유산소 운동’470여명 5개월간 측정
DNA의 차이 따라‘심폐기능 강화’결과 천차만별
다른 건강증진 효과도 많아 운동포기는 말아야
이처럼 운동에 반응하지 않는‘ 나쁜 몸’을 지닌 사실을 알게 된 사람들은 더 이상 땀을 흘리려 들지 않는다. 사실 아무리 기를 써도 달라질 게 없다면 괜스레 힘을 뺄 필요가 없다. 노력할수록 실망감이 커진다면 정신건강에도 좋지 않다.
인생은 기본적으로 불공평하다. 그러나 운동에 호의적으로 반응하는 몸과 강력히 저항하는 몸을 갖고 태어난 것을 삶의 기본적 불공평성이라는 철학적 사고의 영역에 포함시키려는 것은 조금 지나친 감이 있다.
최근 루이지애나주 배턴루지 소재 페닝턴 바이오메디칼 리서치 센터와 다른 연구단체들은 운동과 신체반응 사이의 연관관계를 객관적으로 규명하기 위해 건강한 백인 지원자 473명의 유전체(게놈:genome)를 분석하는 작업을 벌였다.
같은 조건을 지닌 사람들이 동일한 환경에서 똑같은 시간과 강도의 운동을 한다 해도 결과에 큰 차이가 난다면 이는 유전자의 조화로 밖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따라서 이들의 유전자를 대조해 운동에 반응하는 특정 유전자를 찾아내는 게 이들의 목적이었다.
이 연구는 가족 가운데 운동에 관한 다양한 유전적 특성이 존재하는지를 알아내려는 헤리티지 패밀리 스터디의 한 부분으로 진행됐다.
아직도 진행 중인 헤리티지 패밀리 스터디의 실험과 다른 연구를 통해 과학자들은 운동에 대한 개인의 신체적 반응과 연결된 특정 유전자를 찾아내지 못했다.
그러나 유전체 연관연구라 이름 지어진 이 연구는 운동과 유전자의 관계를 살피는 첫 번째 시도로 유전과학의‘ 황금 기준’으로 간주될 정도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연구에 참여한 과학자들은 단일 염기다형성 혹은 간단히 SNP라 부르는 DNA의 조그만 부분이 운동에 대한 신체반응에 관계하는지를 확인하는데 주력했다.
다시 말해 운동에 반응을 보이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몸에서 SNP가 자주 나타나는지를 알아내는 것이 일차 목표다. 일단‘ 용의자’를 특정한 뒤 동태를 추적하는 수사기법이나 비슷하다.
연구원들은 이제까지 자그마치 32만4,611개의 개별적 SNP을 들여다보았다.
실험에 참여한 지원자들은 5개월간 연구실 탭의 면밀한 감독 하에 고정 자전거타기 운동을 마쳤다. 고정된 자전거의 페달을 밟는 운동을 동일한 시간과 강도로 일주일에 세 차례씩 거듭했다.
운동효과는 최대 산소섭취 능력, 즉 VO2 max를 척도삼아 측정했다. 물론 결과는 개인차가 심했다.
일부는 최대 산소섭취 능력이 현저히 개선되고 몸매도 전에 비해 눈에 띄게 착해졌지만 나머지는 운동을 시작하기 전과 거의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나이와 성별, 제중질량, 운동에 대한 의지 등을 고려해 비교 대상이 되는 지원자들의 짝을 맞추었는데도 이 같은 차이가 발생했다.
과학자들은 이들 두 그룹에 속한 지원자들의 게놈, 즉 유전체를 샅샅이 훑어 30만개 이상의 SNP를 조사한 결과 이들 가운데 21개의 SNP가 두 그룹 사이에서 꾸준한 차이를 보인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인간의 유전자는 양친으로부터 물려받는 것이기 때문에 SNP는 한 쌍으로 존재한다. 아버지에게서 온 인자와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인자가 결합해 하나의 유전자를 구성한다.
따라서 21개의 SNP는 42개의 서로 다른 개별인자들로 구성되어 있는 셈이다.
21개의 SNP 가운데 19개 이상을 보유한 사람들은 9개 혹은 그 이하를 보유한 사람에 비해 3배가량 운동에 잘 반응한다.
특히 ACSL1이라 알려진 유전자에 위치한 한 개의 SNP는 운동반응 차이의 약 6%를 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 유전체 연간연구의 기준으로 보면 이는 대단히 높은 퍼센티지에 해당한다.
이 유전자는 지방의 신진대사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바로 이 때문에 운동에도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연구 보고서 작성을 주도한 페닝턴 유전학 석좌교수인 클라우드 보차드 박사는 특정유전자가 유산소 운동에 대한 신체반응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설명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물론 이 과정에 개입하는 다른 유전자들이 무엇인지에 관한 대답도 나와 있지 않다.
보차드 박사는 인종적 배경에 바탕을 둔 차이도 있을 것이라 믿는다. 흑인들을 대상으로 동일한 실험을 해본 결과 21개의 SNP는 운동반응에 거의 역할을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인종에 따라 다른 유전자가 운동반응에 개입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물론 확인되지 않은 추측일 뿐이다.
만약‘ 내’가 운동에 호의적으로 반응하는 유전자를 지니지 못했다면, 그래서 아무리 열심히 자전거 페달을 밟고, 조깅을 해도 효과를 볼 수 없다면 운동이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그냥 ‘편히 쉬어’ 모드로 가는 것이 좋지 않을까?
보차드 박사는 “운동반응 유전자를 완전히 파악한 것이 가능하다 해도 그때까지 최소한 몇 년이 걸릴 것”이라며 “설사 믿을 만한 운동반응 유전자 테스트가 실용화 된다고 가정해도 그 결과를 운동을 포기하는 빌미로 삼아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운동반응 검사는 최대 산소섭취 능력으로 측정했지만 운동이 가져다 주는 혜택은 단순히 심폐기능 강화에 그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유전자 차이 때문에 심폐기능 개선 효과를 얻을 수 없다 해서 다른 많은 건강증진 효과를 외면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는 얘기다.
이상적인 ACSL1 유전자 버전을 갖고 있지 않은 탓에 유산소 운동의 효과를 만끽하지 못한다 할지라도 운동을 즐기게 만들어주는 미확인된 다른 보상 유전자가 있을 수도 있다. 유산소 운동에는 효과‘ 제로’지만 역기를 이용한 근육운동에 제대로 반응하는 유전자도 있을 법하다. 유전자는 팔자론 따위는 잊어버리는 편이 낫다.
<뉴욕타임스 특약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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