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관 32명이 62명 여성 훈련병 대상 성범죄
2011년 4월, 텍사스 주 샌안토니오의 래크랜드 공군기지에서 여성 훈련 신병 버지니아 메시크를 강간한 담당교관은 재미있었다면서 또 하자고 말했다. 그리고는 그녀의 옷을 던져주면서 샤워를 하라고 명령했다 - 메시크가 기억하는 당시의 상황이다. 메시크는 움직일 수도, 울 수도, 비명을 지를 수도 없었다. 기초훈련 5주 째를 맞는 그녀는 플로리다 농촌에서 온 19살짜리 어린 처녀였고 방금 그녀를 성폭행한 사람은 공군당국이 그녀의 군 생활을 책임지도록 맡긴 교관이었다. 그날 이후 메시크는 한 달 넘게 그 교관의 명령에 복종하며 기초훈련을 마쳤다. 그녀는 교관이 한 일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결과가 두려웠기 때문이다.“내가 어떻게 보고를 한단 말인가? 내가 보고해야할 대상이 나를 강간한 사람인데…”
19세 입대 한 달 만에 훈련교관에게 강간당해
담당교관 지난 7월 20년 징역형 받아 복역 중
이제 공군에서 나온 메시크는 아직도 조사가 진행 중인 래크랜드 공군기지 성폭행 스캔들에 대해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힌 첫 번째 피해자다. 2011년 말부터 드러나기 시작한 이 성폭행 사건은 미 공군사상 최대 섹스스캔들로 떠올랐다.
현재 21세인 메시크는 2009년부터 2012년 사이 공군 신병훈련소인 래크랜드 기지에서 32명의 교관들로부터 성폭행 혹은 부적절한 행동을 당한 피해자로 밝혀진 62명 중 한명이다. 지금까지 7명의 교관들이 군사재판에 회부되었다. 메시크를 강간했던 루이스 워커 하사는 그녀포함 10명 여성 훈련병에 대한 성범죄 혐의에 대해 20년 징역형을 받고 현재 복역 중이다. 8명 교관에 대한 군사재판이 계류 중이며 15명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고 2명의 고위 장교가 직위해제 되었다.
공군당국은 여성교관 증원과 전반적인 교관에 대한 감독 강화 등을 포함한 훈련병 보호조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미군전체에 만연되어있는 보다 근본적 문제에 대한 대책강구를 취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은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 여성들이 보복이 두려워 보고하지 않는 성폭행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실제로 래크랜드기지에서 발생한 성범죄의 피해자 중 누구도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다. 스캔들은 직접 피해를 당하지 않은 한 여성 훈련병이 진상을 밝히면서 드러나기 시작했었다.
공군당국이 스캔들 발생 후 도입한 개혁도 군 생활의 기본 패턴을 바꾸는 것은 아니다. 보고된 범죄가 군사재판에 회부될 것인가의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여전히 지휘관이며 피해자들은 자신이 당한 사건을 여전히 직속상관에게 보고하도록 되어있다.
2011년 미군 전체에서 보고된 성범죄 관련 케이스는 3,000여건이지만 최근 이임한 리언 파네타 국방장관은 실제 발생건수는 1만9,000여건에 달할 것이라고 말한바 있다. 국방부 조사결과에 의하면 여군 3명 중 1명꼴로 성적 폭행을 당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민간인에 비해 2배나 높은 수치이다.
“왜 당당하게 피해를 고발하지 않는냐고? 마치 보스에게 나는 성폭행 당했다고 보고하는 것과 같은데 현실적으로 그것이 얼마나 가능하겠는가?”라고 심리학자 로리 라이치는 반문한다.
공군 신병훈련을 총괄하는 레오나드 패트릭 소장은 전보다 감독이 강화되었고 지휘관들의 책임도 늘어났다고 말한다. 또 일부 여성 훈련병들은 새로운 제도가 도입된 후 안전하게 느껴진다고 인정한다. 과거처럼 한 명의 교관이 한 그룹의 훈련병들 담당하던 제도는 사라졌고 버디 시스템도 도입되었다. “처음 지원할 때 스캔들이 걸렸지만 실제 와보니 아무 문제가 없다”고 텍사스 출신의 19세 훈련병 챈러 메이는 말한다.
그러나 메시크는 여전히 회의적이다. “진정한 변화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그녀의 주장이다.
가해자의 군사재판 당시 미디어에 “공군신병 7”로만 알려졌던 메시크는 지금도 그 사건에 따른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앓고 있다. 이번에 입장을 공개하게 된 것도 치료에 도움이 되고 더 이상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군 당국이 근본적 대책을 강구해주기를 바라는 기대에서다.
2011년 3월 공군에 입대했을 때 처음으로 집을 떠나 새로운 세계에 합류한 설렘과 흥분을 그녀는 지금도 기억한다. 당시 훈련병의 25%는 여성이었다. 공군의 겨군 비율은 19%로 미군전체에서 가장 높다.
메시크가 소속된 그룹의 교관은 워커하사 한명 뿐이었다. 훈련 시작 얼마 안가 워커는 메시크에게 관심을 보이며 특별대우를 시작했다. 자신의 사무실 컴퓨터로 메시크의 개인 이메일을 체크하도록 해주었다. 물론 기본 훈련규정 위반이었다. 어느날 워커는 자신의 사무실에 온 메시크를 껴안으며 더듬었지만 메시크가 저항하자 다시는 안하겠다고 맹세했다. 그러나 얼마 후 워커는 메시크에게 비어있는 훈련병 기숙사에 타올을 배달하라고 명령했다. 그리고 거기서 그녀를 강간했다.
혼자 끙끙 앓던 메시크는 한 달 후 즉흥적으로 결혼했다가 다시 한달후 이혼했다. 그리고 미시시피로 옮겨가 다음단계 훈련을 받던 중 다른 여성훈련병 친구로 부터 워커가 자신의 외설스런 사진을 온라인으로 보내면서 그녀의 사진도 보낼 것을 요구한다면서 상부에 보고하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와중에서 워커가 메시크의 커리어를 파멸시키겠다는 내용도 나왔다. 메시크는 그 친구에게 워커와의 성관계를 털어놓았다. 그러나 그때도 보복이 두려워 ‘강간’이란 말은 하지 않았다. 워커의 혐의를 조사하던 공군수사관들에게 친구는 메시크에 관해서도 털어 놓았다.
모든 정황이 너무 겁나고 두려워 수사관들에게도 ‘강간’이란 단어를 털어놓지 못했던 메시크는 2012년 군사재판에 증인으로 출두해 피고석의 워커를 대면했을 때에야 그 사실을 증언할 수 있었다. 2012년 7월 워커는 10명의 훈련병에 대한 강간을 비롯한 28건의 각종 성범죄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았다.
부상으로 인해 군사재판 후 공군을 떠난 메시크는 정신적으로 공황상태였고 외상후 스트레스장애도 계속 악화되었다. 지난해 12월 재혼한 메시크는 그후 재향군인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지만 장애증세는 요즘도 종종 사지를 마비시킬 듯이 엄습한다.
“나 혼자가 아닙니다. 훈련병 시절 성범죄 피해를 당한 상당수 여성들이 지금도 악몽에 시달리고 있지만 군 당국은 관심이 없습니다. 피해 당사자인 우리에게 어떤 제도의 변화가 필요한지 조차 묻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우리를 그냥 방치하고 있습니다”라고 메시크는 공군당국의 피해자에 대한 무관심을 비난했다.
<뉴욕타임스-본보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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